포르투갈, 오비두스
여행을 하며 내가 가장 원하게 된 것은 햇살 좋은 야외 카페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 떨 친구. 멋진 걸 보고 함께 입 벌려 줄 동행, 그리고 그와의 '한입만' 찬스. 맛보고 싶은데 하나를 다 먹거나 마실 자신 없을 때 정말 절실한 누군가의 존재.
하지만, 혼자여서, 그래서 하는, 나만의 상상 놀이.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건너편에 앉은 사람의 옷차림과 들고 있는 물건을 보고 출근하는 은행원인가? 새내기 대학생인가? 장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엄마인가? 하는 상상. 가끔 두 사람의 대화나 전화 통화를 들으면서도 하는 상상.
오비두스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통로 건너편에 앉은, 족히 90살은 되신듯한 할머니 한 분.
우렁차게 울리는 그녀의 핸드폰 벨소리.
- 여보세요? 엉, 버스 탔어!
끊긴 것 같은 전화. 할머니가 다시 걸어보지만 받지 않나 보다. 또 한 번 우렁차게 울리는 전화. 버스 안이 쩌렁쩌렁하도록 소리치는 할머니.
- 여보세요? 왜 전화 안 받아? 버스 탔다니깐!... 뭐? 안 들려!... 지금 봄발라 터미널이야!... 어, 다 와 가!... 안 나와도 된다니깐!... 그래, 알았다!
전화를 툭 끊어버리는 할머니.
(당연히 포르투갈어로 얘기하신 거다. 난 포르투갈어를 모른다)
오비두스는 구름과 하늘과 꽃과 돌담이, 더할 나위 없는 색감으로 열일하는 마을. 동행이 있었다면 더 많이 행복했을 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