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란 단어 앞에 '벌써'가 붙을 줄 알았다. 시간이란 이렇게 가는 거구나. 한 달 새 많은 도시를 이동했고 많은 일을 하고 많은 것을 보고 했기에 '눈 깜짝할 새'라는 표현은 좀 과하지만 그래도 체감하는 시간의 흐름이 빠르긴 하다.
앞으로 있을 50일, 두 달, 세 달, 그러다 100일이 되면 결국 신데렐라가 되겠지. 어느 도시(구직사이트)에서 내 구두(돈) 찾아 줄 왕자(일자리)라도 챙겨두지 않으면 이 동화는 해피엔딩이 아닐 텐데... 어디 있나요, 왕자니이이이임~~~!
배낭의 무게가 조금씩 줄고 있다. 인천에선 18kg 이더니 스톡홀름에서 17kg, 오늘은 16.4kg이다. 버린 건 없고 기념품 몇 개가 추가됐는데도 무게가 준다는 건 원인이 약 밖에 없는데. 무쟈게 챙겨 오긴 했나 보다. 약이란 걸 먹어서 없애자, 가 모토가 될 줄이야.
아침 비행기라 새벽에 길을 나섰다
KLM의 비즈니스 라운지는 돗때기 시장이 따로 없다. 노트북 사용이 가능한 1인석 자리를 겨우 얻었으나 노트북은 방전된 지 오래고 충전기는 저 멀리 화물칸에 있었으니. 시간을 떼우겠다고 아침을 두 접시나 비우고 났더니 출발 시간이다.
기장님이 이번엔 안 달리셨으면
세계일주 항공권의 특성 중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룰이 몇 가지 있다. 그중 '도중 체류(24시간 이상 머무는 것) 횟수 제한'이 있는데 세계를 아메리카 지역, 유럽/아프리카 지역, 아시아/대양주 지역으로 나눠 각 지역별로 최대 4회가 넘어가면 안 된다. 한 지역에서 이 횟수를 다 채워 버리고 나면 다음에 넘어갈 지역의 도중 체류 횟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룰에 맞춰 여정을 완벽하게 짰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결국 좌석 조회를 하지 않는 한 그저 '계획'일뿐. 그래서 대한항공 직원과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될 만큼 예약 확정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세계일주 항공권에 대한 정보는 나중에 한번 각 잡고 정리해 보자.
무튼, 이 횟수 규정 때문에 단거리는 저가항공 티켓을 구입해 이동하고 오늘처럼 장거리 비행의 경우만 비즈니스를 타는 세계일주 항공권으로 이동한다.
스카이팀 멤버인 KLM 항공의 비즈니스는 1인당 공간이 너무 넓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창 밖을 보려고 하거나 식사를 하거나 리모컨이 안 먹혀 모니터를 터치해야 할 때 몸을 많이 움직여야 했다. 체구 작은 아시아인에게는 좀 많이 귀찮을 지경이다.
소금 후추통이 나막신이라니. 귀염뽀짝
시차도 없이 낮 시간을 꼬박 날아가는터라 잠도 오지 않는다. 중간중간 사육을 당하고 영화 4편을 내리 보고 있자니 드디어 도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