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0] 유럽인들의 성격 형성에 관한 기상학적 고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by 므스므

유럽인들(서양인들이라 치자)은 왜 남의 시선 따위 개의치 않는지 날씨를 보면서 문득 깨닫는다.


집을 나서기 전 우리는(적어도 나는) 이런 날씨에 이렇게 입고 나가면 남보기에 어떨까? 뭐라고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 계절에 이 차림이 적당한 것인지 '내'가 아닌 '남'의 관점에서 옷차림을 결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럽의 날씨는 사람을 미치고 팔딱 뛰기 일보직전으로 만든다.


해가 너무 눈부셔 선글라스를 꼈지만 5분도 되지 않아, 그냥 맞을 수 없는 지경의 폭우가 내린다. 그러다 갑자기 연극 무대의 장치가 바뀌듯 다시 해가 쨍쨍, 길바닥은 흥건. 뭐 이런 날씨가 다 있나. 뉴질랜드에서 만났던 남자 하나가 그랬다. 오클랜드 날씨는 여자 마음 같다고. 오른쪽 창으로는 비가 오는데 왼쪽 창으로는 해가 비추던 오클랜드의 이해할 수 없는 날씨를 그렇게 표현한 거다.


유럽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오늘도 몇 번을 선글라스와 안경을 번갈아 꼈는지, 우산을 몇 번이나 폈다 접었는지 모른다. 해가 나면 땀이 날 정도로 덥고, 그늘에 들어가면 사무치게 춥다. 그러다 떠올랐다. 이러니 남의 시선이 뭐가 중요할까.


천둥번개가 치는 폭우 속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있은들 좀 있으면 해가 날 걸. 남들 반팔인데 털코트를 입고 간들 좀 있으면 칼바람이 부는 걸. 썼다, 벗었다 하는 그 귀찮은 짓을 왜 남의 시선에 맞춰하겠는가.


이런 이유로 유럽인들은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는 결론,으로 논문이나 써볼까.




교통패스가 만료되어 오늘은 숙소가 있는 알미르(남양주나 덕소 정도의 신도시?) 구경에 나섰다. 도착 첫날 마트도 갈 겸 숙소 주변은 돌아봤으나 까롤린이 가보라던 메인 스트리트는 오늘이 처음이다.


내년에 여기서 엑스포가 열릴 예정이라 지금 간척과 건물 세우는 작업이 한창인데 와, 이 동네 건축물들의 포스가 장난 아니다. 이건 건물인지 조각품인지. 마치 건축디자인의 끝이 어디인지 실험하는 느낌이랄까.


IMG_0985.HEIC 알미르의 건축물 1


IMG_1008.HEIC 알미르의 건축물 2


IMG_1011.HEIC 알미르의 건축물 3


IMG_1065.HEIC 알미르의 건축물 4


IMG_1037.HEIC 알미르의 건축물 5


갑자기 쏟아진 비에 뛰어들어간 건물이 영화관이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영화 한 편 볼까 했으나 보고 싶었던 영화 <조커>는 아직 개봉 전이고 <라이언 킹>은 더빙이라 못 보고. 영화 보고 싶다고요!!!!


비가 그친 듯하여 다시 길을 나섰으나, 젠장 또 쏟아진다. 이러니 내가 '기상학적 고찰'에 대한 음모론(!)을 생각해보겠어, 안 하겠어. 다시 뛰어들어간 건물은 주민들의 커뮤니케이션 센터쯤 되는 곳인 것 같은데 전시도 볼 수 있고 카페도 있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 몸을 녹이며 밀린 그림 숙제를 하다 보니, 마지막 날마다 좋은데 이 패턴?? 싶다. 이 패턴을 유지하고자 그림을 미루기로. 뭐래.


IMG_1044.HEIC 방학 숙제든 글이든 역시 마지막 날(마감)에 하는 거지, 암요


이제 내일이면 다시 스카이팀 항공사 편으로 11시간을 날아 아프리카 남쪽 끝으로 간다. 재밌는 사실은 이곳에서 거기까지 밑으로 직선을 그어도 될 만큼인데, 그러다 보니 시차가 없다는 거. 11시간 날아 시차가 없는 나라로 가다니 무슨 공상과학영화인가.


하쿠나 마타타!


그림30.jpg 그림일기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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