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9] 오늘은 관광객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

by 므스므

오늘은 작정을 해봤다. 제대로 관광객이 되어보기로.


다른 건 몰라도 케이프타운의 시티투어 버스는 정말 체계적이다. 버스별로 코스가 잘 짜여 있기도 하고 이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작정'을 하자 들면 큰 힘 들이지 않고 거의 모든 관광지를 들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방문하는 도시마다 투어 버스가 있음에도 잘 타지 않았던 이유는 늘 수박 겉핥기 식 코스라 느꼈기 때문인데 케이프타운은 수준이 달랐다.


우선 레드 버스가 도심 전체를 아우른다. 시간 없는 관광객에게 안성맞춤인 버스다. 가장 잘 알려진 핵심 관광지만 가지만 그만큼 커버하는 지역도 넓다. '미니 페닌슐러'라고 불리는 블루 버스는 테이블 마운틴을 크게 한 바퀴 돌면서, 와이너리만 방문하는 작은 버스인 퍼플 버스와 연결된다. 그래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버스다.


옐로 버스는 다운타운을 짧게 한 바퀴 돌면서 지역주민들의 생활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이렇게 4가지 색깔의 버스들이 큰 틀에서 운영이 되고 여기에 5천 원정도만 더 보태면 하루가 아닌 이틀간 이 버스들을 무제한으로 타는 데다 선셋 버스, 하버 크루즈 또는 선셋 크루즈 등을 추가로 이용할 수 있다.


그제 다녀온 희망봉 투어도 이 시티버스의 일종이다.


서울의 시티투어 버스가 잘 되어있단 소리를 들은 적 있으나 직접 타보진 않아 비교는 못하겠지만 여기 같은 시스템은 아닌 거 같던데. 서울도 주요 관광지들을 테마별로 구획을 나누고 버스들을 잘 연결해 놓는 코스를 개발한다면 어떨까. (이젠 하다하다 서울시나 한국관광청에서 할 일까지 고민하고 앉았다)


무튼 케이프타운의 지도를 펼쳐놓고, 버스들의 코스 중에 내가 가고 싶은 곳들만 골라 동그라미를 친 뒤 버스들끼리 어떻게 연결되는지 각을 보면서 머리를 좀 썼다. 크게 어렵지는 않다.


내가 오늘 선택한 코스는, 레드 버스를 탄 채 이곳저곳 구경하다가 어딘가에서 블루 버스로 갈아탄 뒤 테이블 마운틴을 버스 안에서 구경하고(내가 1시간을 걸어 올라갔던 그 길을!) 다시 퍼플 버스로 갈아타고 시골길을 달리다 와이너리 한 군데를 가 보고 마지막으로 옐로 버스를 타고 케이프타운 시내와 작별을 고해 보는 그런, 아~주 시간이 부족한 관광객처럼 되어 보는 코스.


IMG_2069.HEIC 어째 동그라미가 거의 다 바닷가에 있다


쇼핑몰.png 오늘에야 가장 번화가인 워터프런트 일대를 제대로 걸었다


저절로 휘파람이 나올 것 같은, 도로와 나무와 하늘


IMG_2138.HEIC 와이너리 구경이라지만 산책


IMG_2152.HEIC 알쓰인 주제에 왜 자꾸 술을 사 먹는지 당췌 알 수가 없다


IMG_2222.HEIC 오늘도 이곳의 하늘과 구름과 바다는 열일을 하는구나


관광버스의 1열 직관


IMG_2229.HEIC 타이밍 잘 못 맞추면 퇴근길 정체에 꼼짝없이 갇히고 만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의 그 레코드 가게가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들러봤으나 문을 닫았다. 영업시간이 끝난 건지, 아니면 야니 말대로 장사가 잘 안 되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일 다시 한번 더 와보기로.


영화 속 질문을 나에게도 해 본다.

지금 행복한가.


음, 아직까지는.



그림39.jpg 그림일기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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