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헛발질도 이 정도면 국보급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 중 하나라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오브 아트' (줄여서 더 메트)는, 내가 좋아하는 체험식 박물관은 아니지만 그 규모가 상당하다니 궁금증이 생겼다. 워낙 넓은 곳이라 하루를 온전히 빼지 않으면 안 되겠기에 작정을 하고 찾았었다.
몰랐는데 가보니, 한국어 하이라이트 투어가 있다. 하지만 투어가 이미 시작된 걸 알고는 첫 번째 퇴각. 어느 미술관을 가건 가능하면 도슨트의 설명을 들어보려고 한다. 대부분 자원봉사자들로 이루어져 있고 예알못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공짜로 귀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며칠 전, 자연사 박물관을 방문하며 도슨트와 함께 영어 투어를 했는데. 사람도 너무 많은 데다 무료 투어다 보니 그저 도슨트 아줌마의 목청에만 기대야 했다. 주변이 너무 시끄럽기도 했고 내가 스트레스받는 미국식 영어 발음 때문에 리스닝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그래서 기대하지 않았던 메트에, 한국어 투어가 있음을 발견하고 두 주먹을 쥔 터였다.
다음 날. 새벽에 라이언 킹 예매 때문에 눈에 불을 켜다 늦잠을 자버려 부리나케 뛰었으나. 도저히 시간에 댈 수 없음을 깨닫고 두 번째 퇴각.
오늘, 아침 7시에 눈을 뜨긴 했다. 하지만 내 방 앞에서 간식을 노리고 호시탐탐 진을 치는 베베와 놀아주다 보니 어느새 나가야 할 시간을 훌쩍 넘겼다.
투어 시작 10분 전에 겨우 도착은 했으나. 오늘은 투어가 없다네???
또다시 도대체 왜 그랬을까 시즌 4를 찍으며(이렇게 절실할 줄 알았으면 여행사 통해 유료 투어를 신청하는 건데) 그냥 혼자 외로운 투어를 시작했다.
잠깐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와 앉았던 걸 빼면 장장 6시간을 '걸었다'. 나도 정말 징하구나. 밖으로 나오니 이미 어둑어둑하다. 오늘 저녁엔 버스를 타고 길거리 공연을 보는 'The Ride'라는 투어를 신청해 놓은 터라 또다시 이동.
정말 느긋과는 담쌓은 나라니,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