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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스므 Nov 28. 2022

[D+53] (2) 묘한 이질감의 도시

미국, 포틀랜드

경유지인 시애틀 공항에 내려 일단 밖으로 나갔다.


공항 검색대를 다시 통과해 들어와야 하는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뭘 해도 지루한 4시간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배도 고팠다. 기내식으로 나온 연어는 내가 못 먹는 해산물이었는데 메뉴가 연어밖에 없는 이유를 흘려들은 탓에 딴 건 없다는데 낸들.


그래서 다시 한번 라운지 키 카드를 '정말' 사용할 수 없는지 도전해 보기로 했다. 유럽은 쉥겐조약 가입국 어쩌고 하면서 라운지로의 접근이 아예 불가능한 구역(스톡홀름)이 있었지만 어쩌면 미국은 가능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 경험에 따르면 미국에서 누군가(특히 공무원)를 붙잡고 설명을 들었을 땐 일단 의심을 한번 해보는 게 좋다. 잘 못 알려줬을 확률이 다분하므로.


역시나. 시카고 공항 스태프의 설명과 다르게 라운지 입장 오케이. 심지어 국제선인지 국내선인지 체크조차 하지 않는다. 게다가 라운지는 내가 아까 내린 게이트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으니, 즉 귀찮음을 무릅쓰고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었던 것.


내가 이렇게 라운지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동 중간에 오늘처럼 배를 곯아야 하는 경우가 있어 한 끼 때우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미국 공항엔 의자가 없기 때문이다!!


게이트까지 가야 그나마 의자가 있지 그 외 구역은 장애인용 의자 외엔 없다. 왤까. 의자 살 돈이 없는 건 아닐 텐데.


드디어 킨포크의 도시, 포틀랜드 입성

 



다시 한번의 짧은 비행 후 이번 여행 중 가장 흥미진진하게 기대 중인 도시 포틀랜드에 도착했다.


그런데 우버를 타고(저 드디어 심카드 장착했어요호호!) 숙소로 가는 동안 보이는 이 도시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 안 좋은 의미의 이상하다가 아니라 여타의 미국 도시들과 비교해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뭐지? 일본과 우리나라를 반씩 섞어놓은 듯한 이 느낌은? 설명하기가 어렵다. 


연구대상의 도시가 나타났다. 흠.


밤늦게 도착한 탓에 호스트인 카일라와는 짧은 인사밖에 나누지 못했지만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집답게, 얼핏 봐도 포스가 느껴지는 집이다. 그런데 예약할 당시엔 사진으로 보이던 고양이가 보이지 않아 어찌 된 일인지 물었더니 올여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말하는 카일라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괜히 물었나.


또다시 팬히터를 준다면 여행을 접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다행히 이 집의 난방은 라디에이터다. 할렐루야!


팬히터 안녕, 두번 다시 만나지 말자


공부 안 한 여행자에게 이런 요약정리 가이드라니


그림일기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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