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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스므 Dec 01. 2022

[D+56] 여행을 함께하는 이유

미국, 포틀랜드

아침부터, 정신을 차려보면 내가 웃고 있다.


오늘이 포틀랜드에서의 마지막 날인 E의 일행이, 렌터카를 빌려 근교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는데 내가 함께 묻어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오키나와를 제외하고 혼자 여행하며 렌터카를 빌려본 적도 없거니와 몸 상태가 안 좋다 보니 '훌쩍' 떠나본다 같은 도전 정신은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지 오래.


역시나 오늘도 동갑내기 케미에 빵빵 터져가며 코믹 로드 무비 한편 찍고 돌아왔다. 멋진 풍광에 함께 감탄하고 공통의 주제로 떠는 수다에 박수와 맞장구로 호응하고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절대 지루하지 않으며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은 인원수대로 다양해지고 또 그것들을 하나하나 맛볼 수 있는, 혼자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함께하는 여행의 묘미.


혼자 하는 여행을 싫어하지 않는다. 나에게만 집중하며 보내는 시간 동안 떠올려지는, 온갖 잡다한 생각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요 몇 주 몸도 마음도 지쳐서 오로지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하나에만 빠져있던, 스스로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바로 그 타이밍에 이런 이벤트라니. 이런 선물이라니.


한동안 잊고 지냈던, 함께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제대로 만끽했다. 그렇게 에너지를 채웠더니 이제 다시 혼자가 되었지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포틀랜드.

혼자 많은 생각을 하고 지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

내일부터 다시 시작.


일행들을 만나러 가는 아침,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오레곤주의 최고봉 후드산을 바라보며 (노래부르며) 가는 길


트릴리움 호스에서 바라보는 후드산


'시리도록 파란'이란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함께 나눠먹는 점심 한 상


호수에서 보이던 후드산 정상의 구름을 만나러 가는 길


잠깐 물을 사려고 들렀던 상점 주인이 오레곤에서 두 번째로 가볼 만한 곳이라 추천한 '팀버라인 롯지'. 첫 번째 볼거리는 무엇이었는지 물어보지 않은 걸, 우리 모두 후회했다


팀버라인 롯지의 외관(위 사진)은 영화 <샤이닝>에 등장했다고


포근하다는 의미가 잘 어울리던 롯지 내부


불멍


그림일기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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