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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스므 Nov 30. 2022

[D+55] 묘했던 이질감의 정체

미국, 포틀랜드

E와 함께 날아온 내 호흡기. 


누군가의 좀 많이 번거로웠을 희생이 있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내 손에 들어왔다. 약효는 즉시로 나타났다. 덕분에 빠르게 걸으면서도 대화가 가능했고 무엇보다 일주일 가량 못 잔 잠을 어제 뭉탱이로 몰아 잘 수 있었다. 거의 9시간 넘게 깨지도 않고 잤나 보다. 아침 거실 창 밖으로, 푸르디푸른 포틀랜드의 가을 하늘을 보는 순간 긍정의 힘이 분수처럼 솟아오른다.


어제 E 일행들을 만나느라, 여행 첫날 해보는 숙소 근처 동네 산책을 못했던 터라 밀린 빨래도 하고 간단한 장도 보며 오늘은 그저 느긋해 보기로 했다. 감기로 인한 체력 저하가 주된 원인이었겠지만 여행의 반환점을 돌며 권태기에 빠졌던 이 여행도, 조금은 떠나올 때의 설렘으로 돌아가려나.  


포틀랜드가 나를 부른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정확히 열 걸음만에 도착하는 공원


동네를 둘러보다가 도착 날 느꼈던, 이 도시에 대한 이질감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동안 다녀본, 이 땅덩어리의 사이즈 자체가 다른 미국이란 나라는 일반적으로 주택가와 상점가가 크게 구분되어 있어 차가 없으면 살기 힘들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내가 LA 포함 너무 대도시만을 다녀봤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처럼 슬리퍼를 신고 집 앞 편의점을 간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나라가 미국이었다. (다운타운에 사는 사람 예외)


이곳 포틀랜드는 '집 앞 편의점'까지는 아니지만 분명 주택가인데 얼마 걷지 않아 도로가에 상점들이 포진해 있다. 식당도 여럿 있고 소품 가게도 있고 옷가게도 있다.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이런 주택가엔 있을 것 같지 않은 상점들이 말이다. 가끔 대로변 (버스들이 다니는 큰 도로) 바로 옆에 주택이 있는 것도 봤다. 


이러다 보니 밤이 되어도 '쥐 죽은 듯 고요한' 주택가가 아니더란 말이지. 공항에서 숙소로 오는 동안 늦은 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분명 주택가로 들어선 것 같은데 상점들의 네온사인이 환하게 켜져 있던 광경이, 바로 내가 느낀 이 '묘한 이질감'의 정체였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그곳의 주택가들에서도 밤이 되면 너무 큰 적막함을 느끼곤 했는데 미국만큼은 아니었다. 그래서 아마도 일본과 한국을 반씩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을, 첫날 받았던 것 같다. 


무튼 연구대상의 도시야.


카일라의 집 현관문


최애 화가가 에곤 실레라는 카일라는 집안 곳곳에 그의 그림과 본인의 크로키들을 붙여두었다

 

소품 하나하나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센스가 느껴지는 집


카일라의 반려 치킨 삼총사인 루시, 에델, 마르고. 사람 왔다고 좋다고 쫓아오는 닭들은 또 첨일세


이제 5개월 된 이 집의 초울트라에너지만땅머신의 댕댕이들. 닭의 똥꼬를 핥아주는 개라니


밥 먹는데 그렇게 부담스럽게 쳐다보기 있기 없기?


그림일기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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