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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스므 Dec 07. 2022

[D+61] 슬슬 마음의 정리를

미국, 포틀랜드

오늘은 작정을 하고 다운타운으로 출근했다.


소비세가 없는 도시다 보니 뭔가 살 게 있다면 무조건 포틀랜드에서 사라는 조언이 사방팔방에서 들려오고 있는데 내 지인들이 이렇게 배려심 깊고 친절했던가?? 자기네 선물을 사 오려면 여기서 사라는 수작(!)들로 추정 중인데.  내 글과 사진들만으로도 이미 그들은 포틀랜드와 사랑에 빠진 게 틀림없다.


그래서 오늘은 관광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사보겠노라고 작정하고 집을 나선 것이다.


E의 일행들과 다녀온 주말의 파머스 마켓이 벌써 일주일 전이라니. 원래 우리가 가고 싶었던 마켓은 윌래밋 강가 공터에서 열리는 벼룩시장(명칭 자체가 토요 마켓인 듯)이었는데, 파머스 마켓의 온갖 신선한 재료들에 눈이 돌아가면서 결국 못 가본 곳이다.


데이터 부자(참 소박하다)가 되고 좋은 점 하나는, 오늘의 동선을 완벽하게 짤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 그동안은 집에서 출발하면서부터 마지막 행선지를 반드시 정하고, 대중교통으로 집에 오는 방법을 꼭 숙지한 뒤(지도 캡처) 출발해야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발길 닿는 대로(나는 가끔씩 걷다가 생각의 수렁에 빠지곤 하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여기가 어딘지 모를 때가 있어서 난감해하곤 한다) 돌아다녀도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버스를 타고 집에 올 수가 있는 거다. 게다가 원데이 패스를 샀더니 예전 같으면 걸었을 거리도 이젠 그냥 탄다. 상점들에 이어 이젠 하다 하다 버스와 트램도 무한반복 들락날락이다.


장기로 머물면 일주일에 한 번만 열리는 이벤트들에서 자유로워진다


반려동물 소품이나 간식을 파는 곳에서는 입양 홍보도 하고 있었다


이게 다 거리의 쓰레기통입니다요


아니, 이렇게 다양한 밥 아저씨라니


오늘도 신나게 해 보는 오르락내리락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에 들렀더니 한국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내가 좋아한 그림, 조각, 설치물


내가 좋아한 그림, 사진, 조각


아는 디자이너에게 영화 포스터로 어때? 했더니 언제 적 얘기냐며... 난 화석이었구나




여행을 그리 많이 다녔어도 누구누구에게 줄 선물이라고 콕 집어 산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늘 내가 좋은 거, 내가 먹고 싶은 것,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사서는 돌아와 만나는 누군가의 앞에 다 펼쳐놓고 맘에 드는 걸 가져가라 했었다.


그래서 지금도 잊히지 않는 얘기가, 동생이 '언니는 여행 가서 생전 가족 선물 같은 거 안 사 오더라' 하는 말이었다. 선물이라고 나름 사 오긴 했으니 내 입장에는 좀 억울할 수밖에. 문제는 누가 봐도 그게 다 나만 좋아라 하는 것들이라 억울하긴 해도 인정.


이번 여행이라고 사실 다르지 않다. 본디 취향을 타는 물건은 사주는 게 아니란 지론인지라, 이건 백퍼 00의 물건이닷!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역시나 이번에도 내가 좋아라 하는 것들만 사고 있다. 이젠 대중교통으로 어디든 갈 수 있으니 심지어 가게를 '찾아서' 간다. 그 결과 네... 파산 직전입니다. 알면서도 뭐에 홀린 듯 간다구요.


이제 이 도시도 내일이 마지막인데. 눈 떠봐야 알겠지만 집을 나서는 순간, 또 지름신을 기꺼이 불러들일 것 같아 아예 셀프 감금을 해야겠다 싶다.


그림일기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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