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고 슬퍼하는 일들의 소실점
며칠 전, 친구 Y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전해 들었다.
뭐라고 할지 말문이 막혔다. 나는 대신 최근에 울적할 때 쓴 시를 (먼저 양해를 구한 뒤) 보내주었다.
어느 날 문득
나는 살아있다는 걸 깨닫고
그 깨달음을 애지중지 키웠다
나의 깨달음은 나를 아프게 했고
나는 그 아픔을 외면한 채로 살아왔다
아픔을 가둬놓으면 그 아픔은
오래된 휴화산처럼 언젠가 폭발한다
그러니 그대여,
잔잔히 아파하게나
아픔이 부드럽게 당신을 감싸게끔
아픔이 따뜻하게 당신을 보듬게끔
그러면 언젠가
그대의 아픔이
그대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리
몇 분 후, Y과 답장을 했다. “정말 고마워. 진심으로.”
나의 보잘것없는 문학 공부는 이렇게 우리를 구원할 때도 있었다.
(2019.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