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삶은 순수함을 망각한다.
버티는 삶은 슬픈 삶이다. 하루하루를 어렵사리 흘려보내고, 내일을 앞둔 밤 속에서 조용히 흐느껴 우는 자여.
나는 조금만 더 버티라고 말하기 싫다.
언제부터 우리는 살기보단 버티기에 더 능수능란해졌나.
버티는 삶은 우리를 손쉽게 시간의 서사 밖으로 유배시켜버린다.
시간성을 잃은 인간은 삶의 의미를 불가항력적인 짓눌림에게 순순히 내주곤 만다. 의미는 슬픔에 의해 전락한다.
그러니 부디,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여, 세상을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
버티지 말고, 지켜주자.
그대의 슬픔을, 그대의 아픔을, 그대의 내면을, 그대의 삶을.
인간은 무언가를 지킬 때 가장 아름다워진다. 우리 모두 아름다워질 수 있는 그 날을 염원하며. [1]
“나 만을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약해진다.
타자를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확실해진다.” [2]
(2019.10.16)
[1]
이 글은 가수 설리 (본명: 최진리) 씨가 숨진 사실을 알고 난 후 쓴 글이다. 최진리 씨, 그대를 잘 몰랐지만 이제는 버티지 말고 이 곳이 아닌 그곳에서 마음껏, 아름답게 살아주세요.
[2]
김진영, 아침의 피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