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사이의 간극
글을 읽다가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내 안에 말들이 많다는 걸 자각했고,
그 말들을 현상할 수 있는 방법은 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에 대한 글을 쓸 때 대부분 과거형으로 쓰게 된다.
글쓰기로 하여금 우리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들여다봄은 우리가 돌아보고 회상하는 일을 가능케 해주는 기적 같은 장치이다.
그래서 2018년 7월, 그러니까 첫 출근을 하기 2주 전쯤 첫 문장을 쓰게 됐다.
돌이켜보면 많은 변화들이 고스란히 문장의 여운에 남아 있는 듯하다.
산문과 시, 그림과 낙서, 비속어와 문어체…
이 모든 것들을 담아내기엔 내 공책의 여백은 턱없이 부족하면서도 넘쳐났다.
내 인생은 여백 속에서만 볼 수 있을 것이다.
활자로 기록된다면 그것은 인생을 돌이켜보는 회고록이다.
인생은 진행형으로 기록할 수 없다는 게 글쓰기의 본질이자, 사명이다.
인간은 회상을 시작하는 순간 늙음도 같이 진행된다. [1]
그러므로 글을 쓰는 행위는 늙어감을 수반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나는 조금 늙어갔다.
나의 늙어감을 허투루 보내지 않게,
나의 인생이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영원히 서식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
그것이 글쓰기 아닐까.
(2019.02.27)
[1]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