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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차 Mar 12. 2021

글을 쓰는 행위

활자 사이의 간극 


글을 읽다가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내 안에 말들이 많다는 걸 자각했고, 
그 말들을 현상할 수 있는 방법은 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에 대한 글을 쓸 때 대부분 과거형으로 쓰게 된다. 
글쓰기로 하여금 우리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들여다봄은 우리가 돌아보고 회상하는 일을 가능케 해주는 기적 같은 장치이다. 


그래서 2018년 7월, 그러니까 첫 출근을 하기 2주 전쯤 첫 문장을 쓰게 됐다. 
돌이켜보면 많은 변화들이 고스란히 문장의 여운에 남아 있는 듯하다. 
산문과 시, 그림과 낙서, 비속어와 문어체… 
이 모든 것들을 담아내기엔 내 공책의 여백은 턱없이 부족하면서도 넘쳐났다. 
 

내 인생은 여백 속에서만 볼 수 있을 것이다. 
활자로 기록된다면 그것은 인생을 돌이켜보는 회고록이다. 
인생은 진행형으로 기록할 수 없다는 게 글쓰기의 본질이자, 사명이다. 

인간은 회상을 시작하는 순간 늙음도 같이 진행된다. [1]


그러므로 글을 쓰는 행위는 늙어감을 수반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나는 조금 늙어갔다. 

나의 늙어감을 허투루 보내지 않게, 

나의 인생이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영원히 서식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


그것이 글쓰기 아닐까. 



                                                                                                       (2019.02.27)  


          

[1]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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