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이라는 파놉티콘에 나를 가둘 필요는 없다. 예전부터 다짐해왔던 거지만, 가끔씩 한 번 이렇게 상기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시선이라는 건 중요하다. 왜냐하면 시선은 눈이 바라보는 방향을 뜻하는 것이고, 눈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영화감독은 배우의 시선처리를 중요시한다. 배우의 눈이 곧 관람자의 눈이 되기 때문에, 관람자는 배우의 눈을 따라가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선처리가 영화의 다가 아니듯이, 타의적 시선 또한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물론, 타의적 시선은 실재하고, 우리는 그 시선을 주시하고, 간혹 그 시선을 체화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시선에다가만 우리의 시선을 두면, 우리는 다른 것들을 놓치기 마련이다.
배우의 시선에만 몰두하면, 영화의 미장센, 플롯, 시네마토그래피, 블로킹과 같은 요소들은 부차적인 것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화를 ‘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같은 의미에서, 우리는 인생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