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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차 Jun 08. 2021

멀리서 오는 느낌

당신은 한 번에 그대가 될 수 있고 내가 될 수 있으며
당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며 
당신의 시간은 부러진 뼈처럼 내 시간 위로 돌출됐지만 


내 시간은 당신에게로 향해요 

스멀스멀, 우리는 하나의 시계추처럼 째깍거려요 


그대 눈빛이 제 눈 속으로 들어와요 
나는 전생을 보고 내일을 보고 아픔을 보고 끝내 

후회를 봅니다 


말하기 전 혀를 깨물고 
만지기 전 손을 절단하지만 


잘린 혀와 부서진 손은 그대를 어루만집니다

우리는 참혹하게 아름답고

시간은 아름답게 참혹합니다 

느낌으로 나를 휘감아주세요

소용돌이처럼 우리는 미래로 빨려들어가길 소망합니다 


남겨지고 떠나가고 초점이 흐려지고 눈시울은 붉어지고 

태양은 가슴 안쪽으로 터져 흘러내립니다 

태양의 잔해는 그대와 내 피 속으로 용해되고 

우리는 흘러내린 태양의 말간 피를 마십니다 


멀어지고 내 눈에서 안 보이게 될 즈음 

내 생각을 해주세요 

그럼 안녕히, 그럼 안녕히 

행복과 피가 버무려진 시간을 우리 몸에 칠하고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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