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보며
1995년 방영한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드디어 넷플릭스를 통해 배급되었다. 애니메이션은 1995년에서 20년 후인 2015년 (벌써 지나갔다!)에서 시작된다. 세컨드 임팩트라는 재앙이 일어난 후, 지구는 “엔젤”이라는 괴생명체로 뒤덮였다. 이 엔젤들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매체는 도쿄-3시 불법 무장 단체원 NERV가 발명한 “에반게리온”이다. 하지만 에반게리온을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은 성인이 아닌 청소년들이다. NERV는 청소년 신지, 레이, 그리고 아수카를 모집하여 에반게리온의 조종사가 되게끔 훈련을 시킨다. 인류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에피소드 4가 나의 눈길을 끌었다. 에피소드 4의 제목은 “고슴도치 딜레마”였다. 추운 겨울밤, 고슴도치들은 온기를 보존하기 위해 껴안을 다른 고슴도치를 찾지만, 온몸에 뒤덮인 바늘 때문에 그들은 원하면서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온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과 바늘에 찔리기 싫은 고슴도치의 딜레마. 이 딜레마는 비단 고슴도치들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나도 그런 고슴도치와 같은 심정인 것 같다.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이 아픔과 슬픔을 지니고 살고, 이 마음을 덜어줄 사람을 찾아 다가가고 싶지만, 나의 그 마음이 누군가에게 부담, 아니면 사사로운 것으로 이해되는 게 무섭다.
그래서 나는 다시 나의 바늘 속으로 회피한다. 이 바늘들이 다 빠져버리는 순간까지. 언젠가 보송보송한 속살만 남았을 때까지. 이 딜레마가 끝이 날 때까지.
부록: 나는 이 날 24편의 에피소드를 모두 다 봤다. 화면에서 눈을 떼니 바깥엔 어스름이 끼기 시작했다.
(2019.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