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눈이 내렸어요
요란한 하루를 잠재우는 저 백색소음이
신이 새로고침을 누르는 것만 같아서
당신이 보지 않을 때 몰래
하얀색 무덤 속에 머리를 파묻고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사는 것엔 뒤로 가기가 없고
사랑하는 것엔 잘라내기가 없고
내가 나를 이해하는 것엔
영원히 먹통이 된 이스케이프 키
어느 날 늑대를 봤어요. 늑대는 앞발이 잘린 채로 호른을 불었답니다.
늑대는 다장조 스케일을 부르고 싶었는데
음표를 하나밖에 불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음표 대신 슬피 울더군요.
눈을 감고 떠보니 오후 세시 삼십육 분
메마른 잉크를 가지고 허공에다
너를 닮은 음표와 나를 닮은 늑대를 그려보았다
그리고는
(우리는 살면서 그리고를 얼마나 외쳤는지)
아무것도 불지 못하는
눈 속에서만 울 수 있는
그런 늑대가 되기 전에 네게 꼭 전해줄 말이 있었는데
있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