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자차 Jan 15. 2022

Frenchman Street의 늑대

어제는 눈이 내렸어요 
요란한 하루를 잠재우는 저 백색소음이
신이 새로고침을 누르는 것만 같아서 
당신이 보지 않을 때 몰래 
하얀색 무덤 속에 머리를 파묻고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사는 것엔 뒤로 가기가 없고 
사랑하는 것엔 잘라내기가 없고 
내가 나를 이해하는 것엔 
영원히 먹통이 된 이스케이프 키 


어느 날 늑대를 봤어요. 늑대는 앞발이 잘린 채로 호른을 불었답니다. 
늑대는 다장조 스케일을 부르고 싶었는데 
음표를 하나밖에 불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음표 대신 슬피 울더군요. 


눈을 감고 떠보니 오후 세시 삼십육 분
메마른 잉크를 가지고 허공에다 
너를 닮은 음표와 나를 닮은 늑대를 그려보았다 


그리고는 
(우리는 살면서 그리고를 얼마나 외쳤는지) 

아무것도 불지 못하는 
눈 속에서만 울 수 있는 
그런 늑대가 되기 전에 네게 꼭 전해줄 말이 있었는데 

있었는데 

.

작가의 이전글 두개골은 앉으십시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