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파 , 폴 세르지에(Louis-Paul-Henri Serusier)
베끼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서
원색을 사용하라.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키우는 데 주저하지 말라.
나무는 어떻게 보이는가?
초록색으로 보이지 않는가? 그러면 초록색을 칠하라.
팔레트에서 가장 순수한 초록색을 칠하라.
그림자는 어떤가? 그림자는 약간 파랗지 않은가?
그렇다면 주저하지 말고 가장 순수한 파란색을 칠해 보아라.
붉그스레 한 잎사 귀에는 주홍을 칠하라.
이런 고갱의 조언에 맞춰 그려진 그림이 바로 <부적>입니다. 말만 들어도 그림 그리는 이의 스트레스가 확 줄어드는 것이 보이지 않나요. 이 작품 하나로 기존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당시 젊은 작가들이 찾았다는 거지요. 굳이 정확하게 그리지 않아도 인간의 사고를 통해 화가가 무엇을 그리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은 큰 해방감으로 작용했답니다. 그래서 나비파(Les Nabis)라는 이름으로 자주 모였고 대부분 유복한 중산층 출신의 지적인 지식인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뤼지에는 특히 신비주의와 종교에 관심이 많았고 그런 것들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순수하고 강렬한 원색을 사용했던 고갱처럼 그의 그림에도 비슷한 분위가 느껴집니다. 멘토역할을 하던 고갱이 타이티로 떠나게 되고 자연스레 나비파(1891-1899)도 와해되어 1900년 이후 각자 독자적인 길을 걸어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