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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시키는 일 하지 마세요!

내가 상사가 시키는 일만 하지 않는 이유


직장인 전용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Blind)에서 이런 글을 봤다.



성장하고 싶다면 공공기관에 가면 안 돼요.



공공기관에서 직업인으로서 성장하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블라인드의 글



공공영역과 같이 보수적인 집단에서 개인이 업무를 통해 성장하기 어려운 것은 맞다. 개인의 역량이 도드라지는 것보다는 ‘문제가 될 일을 안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며, ‘나의 일’보다는 정부부처나 청와대 등 ‘위에서 내려온 지시’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단호히 말할 수 있다.
이곳에서도 직업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고. 



그러나 이런 구조를 딛고 개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성장을 위한 의도적인 노력’이다. 이게 있어야만 한 곳에 오래 근무하며 얻는 시간의 축적 외에도 나의 전문성을 챙겨갈 수 있다. 그럼, 이 글을 쓰는 나는 어떻게 여기서 성장해 왔을까? 








일한 지 두 자리 숫자가 되는 날을 얼마 앞둔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 이름을 떼면, 나는 어떤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일까?' 나는 분명 성실히 직장생활을 해왔다. 징계를 받은 적도, 지각한 적도 없다. 동료들에게 ‘열정의 아이콘’으로 불릴 만큼 일도 열심히 했다. 근데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돌아보니 손에 잡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왜 직업인으로서 내세울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걸까?


직장생활 10년을 맞는 소회가 어떠냐고 주변에 물었다. “나도 몇 년 동안 일했지만, 내가 내세울 만한 성과는 없어. 회사에서의 성과는 어차피 내 것이 아니잖아. 모두의 것이지.” 사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물어도 똑같았다. 


충격적이었다. 이 회사에서 보낸 시간 그 많은 시간 동안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하나도 자라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건 내게 ‘그러려니..’하고 넘길 수 있는 정도의 불만족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나는 일을 통해 성장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회사가 나를 키워주지 않는다면, 나를 스스로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키운다!(출처: 무한도전)




나를 키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상사가 시키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상사가 시키는 예측 가능한 업무 속에서 내 역량을 키우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사가 시키지 않은 일 중에서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 나는 여기에 답이 있을 거라 믿었다.


마침 나는 부서 이동으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예전에 그 부서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했는데,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에서 탈탈 털릴 만큼 사업 성과가 지지부진했던 것이다. 과거에 문제가 됐던 사업과 같은 분야에서 다시 사업을 하는 것이니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그래서 팀장님은 나에게 이 사업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것을 신신당부하셨다. 


프로젝트의 일정과 예산이 계획한 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하지만 난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었다. ‘어떻게 사업을 잘 관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우선 기존 사업의 주요 문서를 전부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분야 사업 중 잘된 사례와 실패한 사례로 나누고 원인을 분석했다. 핵심은 ‘기존 프로젝트 결과의 환류’ 여부였다. 순환근무라는 공공기관의 업무 특성 때문에 과거 사업의 이력이 축적되지 않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내 프로젝트에 적용할 만한 인사이트를 찾아냈다. 


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좀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보기로 했다. 사업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발견하고, 그것을 사업 과정에서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 프로젝트를 처음 맡는 사람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프로젝트를 하는 단계마다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를 체크리스트로 개발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물었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왜 그렇게 열심히 했어요?’




 일하면서 성장한다는 느낌이 좋아서요!




이 계기가 아니었음 찾아보지 않았을 다른 사업 사례를 공부하면서 새로움을 알아가는 기쁨이 있었다. 배운 것을 누가 봐도 알기 쉽게 정리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기획문서 전문가 선배’들이 만든 문서를 섭렵하며, 내가 쓸 수 있는 문서의 범위가 넓어졌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좋았다. 프로젝트 관리를 주로 하던 내 커리어에서 새로운 것을 기획하고 개선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도 기쁨의 요소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배움의 기회를 만들며 성장할 거리를 찾은 것, 그게 이 일에 그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였다.  


한 달을 꼬박 투입한 결과물을 보신 팀장님께 보고 드렸다. 팀장님은 ‘이 자료를 우리만 보기 너무 아깝다’며 경영진에게 보고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회사 경영진도 ‘이 문서를 바로 모든 부서에 공유하라고 지시’하셨다. 내 업무는 전사에 공유되었고, 이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부서는 내 문서를 보고 새로운 업무 프로토콜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때 내가 만든 보고서 양식에 따라 기존 사업의 히스토리를 참고하는 것을 필수가 된 것이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나 자신을 위해 일한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전사적인 파급효과를 얻게 됐다. 이 일을 통해 깨달았다. 회사에서 나의 성장과 회사의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일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이 있을까 싶어 ChatGPT에게 물어봤다. 어떻게 하면 회사에서 나의 성장을 위해 일할 수 있냐고.





ChatGPT가 말했다. ‘성장하고 싶은 영역을 발견하고, 그 방향으로 자신을 움직이면, 원하는 과정으로 노력한 그 모든 것이 나의 것이 된다’고. 나도 그랬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그렇게 일하는 과정에서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하게 성장’했다.  






그러니 우리 ‘공공기관이라서, 보수적인 조직이라서 성장할 수 없다’고 단정 짓지 말자. 

상사가 시키는 일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자. 

그렇게 나를 키우고, 결과로써 조직에 기여하자! 



우리는 혼자서도 자라날 수 있고

공공기관에서도 충분히 원하는 방식대로 성장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 당신도 스스로에게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대문사진 이미지출처 : https://plating.co.kr/post/insight/13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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