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공적이면서 사적인 이야기를 마치며
내가 철가루라면,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석이다. 직업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글들은 저항할 틈도 없이 나를 끌어당긴다. 일에 진심인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대하고, 일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지를 담은 글은 강하다. 일 때문에 마음이 다치기도 하지만, 결국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말과 글이 내게 위로이자 일하는 이유, 그리고 일을 잘하고 싶은 동기가 되어줬다.
나는 다른 나라가 잘 살도록 돕는 일을 한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들리지 않았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곧 내가 일하는 이유와도 같았다. 넘쳐나는 돈 버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돈 쓰는 사람의 일하는 마음을 글로 옮기는 것은 내겐 꼭 하고 싶은,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작가가 되었다.
"만화 하려고 스토리를 생각하지 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만화가가 될 거야."
- 기안 84-
어쩌면 이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마음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나에게 레퍼런스가 되어준 그 많은 책들처럼 말이다. 지친 하루 중 잠시 동료와 나누는 잡담처럼, 손 내밀면 닿을 듯한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가 일하는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될 수 있을 테니.
그러므로 나는 바란다.
내 글이
나의 일처럼 보다 먼 곳까지 닿기를,
각자의 자리에서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을 이름 모를 공적영역 동료들에게 위안이 되기를,
보다 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공공분야에서 일하기를 택하고
그저 ‘좋은 일’이란 말에 담기 어려운 밀도 높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세계로 안내하는
충실한 가이드가 되기를,
마지막으로 일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다시 일을 사랑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이렇게 세상에 없던 아주 공적이면서 사적인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