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확진 후 내 삶의 변화
CRPS 진단을 받고 그 주 주말에 남편이랑 드라이브를 했어요
바다로 가는 도중 해가 졌고 노을을 바라보며 우리는 손을 꼬옥 잡았어요
그 순간이 너무 코 끝이 찡해서 사진으로 남겨두었어요
맞잡은 두 손은 우리의 다짐이었어요
사실 CRPS 진단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지만 어쩌면 진단받기 전부터 조금은 예감을 했었던 것 같아요
진단받기 1개월 전부터 통증양상이 또다시 변화했기 때문이죠
일단 첫 번째, 의자에 앉을 수 없게 되었어요.
의자에 똑바로 앉으면 서 있을 때와 똑같은 극심한 통증을 느꼈어요
통증을 느끼지 않으려면 발이 바닥을 향하지 않게 항상 거상(들어 올리고)하고 수평을 유지하고 있어야 했어요.
의자에 앉을 수 없으니 밥을 먹을 때가 곤란했어요
항상 반대편 의자에 발을 올려두어야만 아프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남편이랑 이때부터 대각선에 앉아서 밥을 먹게 되었어요.
밖에서 식사할 일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외식을 하게 될 경우 '반대편 의자에 발을 올릴 수 있는 곳인가'가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가 됐어요
한 번은 남편이랑 병원에 갔다가 근처에서 밥을 먹기로 했는데 2인석으로 안내받았어요. 다리가 불편한데 혹시 4인석에 앉거나 의자를 1개만 더 얻을 수 있는지 여쭤보았는데 바쁜 시간이고 여분 의자도 없다고 쫓겨났어요. 너무 속상했어요.
또 휠체어를 타고 남편과 외출할 경우가 많은데 휠체어가 진입이 불가능한 곳이 꽤 많아 장애인 분들의 마음을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휠체어를 타고 살아가기 정말 힘든 세상이었어요 이 세상은.
세수, 양치를 할 땐 변기에 발을 올려두고 해야 했어요. 서서도, 의자에 똑바로 앉아서도 세수, 양치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에 절망감이 들었어요.
서서 샤워도 할 수 없어 남편이 아침에 욕조를 깨끗하게 닦아주면 욕조에 앉아서 샤워를 해야 했어요. 샤워기 거치대도 내가 앉아서 걸 수 있는 높이에 하나 더 설치했어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것도 문제였는데, 집에서는 변기와 같은 높이의 발받침을 두고 다리를 올려두고 사용하고, 밖에서는 오른쪽 다리를 양손으로 들어 올리고 있어야 해서 외출하면 화장실 가는 게 많이 어려운 편이에요.
소파도 다리를 쭉 뻗고 앉을 수 있는 소파로 바꾸었고
다리를 뻗고 탈 수 있는 특수개조된 차도 어렵게 구해서 급하게 샀어요.
이때부터 차를 탈 때 남편 옆 조수석이 아닌 항상 남편 뒷모습을 바라보는 뒷자리에서 차를 타고 다니게 됐어요
(가끔은 남편한테 조수석에 잠깐이라도 앉으면 안 되냐고 졸라서 앉기도 해요. 위험하지만 가까운 거리는 대시보드에 발을 올려두고 탈 때도 있어요)
두 번째로 갑자기 손, 발에 땀이 폭발했어요. 수건으로 손, 발바닥을 닦아주지 않으면 소파나 이불이 축축해질 정도로 땀이 났어요
이러한 증상의 변화로 CRPS일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고. 불행히도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