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9, 오늘 스타트업
지금부터는 장기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서비스를 소개한다. 한 기업은 바로 엊그제 사무실까지 방문해 짤막한 IR을 진행했고 다른 기업은 영감님의 흑심으로 사실상 투자가 확정된 기업이다. 한쪽은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고 주요 플레이어는 점포 임대계약을 종료하려는 임차인과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임차인(후보)다. 다음 업체는 LLM을 활용해 강의의 필요한 부분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서비스인데 주요 플레이어는 학원 및 강사와 강의를 구매하는 학생이다. 둘 모두 부동산과 강의 콘텐츠라는 거래대상을 각각의 플레이어에게 매개해 주는 비즈니스고 장기적으로 생태계의 보조적인 플레이어들이 참여하면 더 가치가 높아질 플랫폼 비즈니스를 지향한다.
나는 이 두 기업의 주요 서비스를 소개하고 산업과 투자 관점에서 해당 기업들이 가진 기회와 위기를 살펴보고 이후의 전망을 몇 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해 볼 것이다. 그리고 두 기업의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는 중개와 매개라는 사업 모델을 분석하고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몇 가지 전망을 살펴보겠다.
C사의 사업 모델은 간단하게 말하면 새로 창업하려는 예비 자영업자들에게 점포의 매출 정보를 전달해 적정한 수준의 권리금을 내고 점포의 거래가 작동하게 돕는 것이다. 서비스를 만든 창업자들은 대부분 프랜차이즈 경력 관련 전문가들이다. 이 서비스는 홈택스데이터를 연동해 점포에서 발생한 매출 정보를 제공한다. 미래의 점주들은 이것만으로도 과도하게 권리금이 책정돼 있거나 매출이 낮은 점포를 피할 수 있게 된다. C사는 실제로 본인들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나서 폐업률이 줄었다는 장표를 만들었다. 덧붙여 장기적으로는 창업과정에서 요구되는 인테리어 등 다양한 요소 사항 들을 서비스에 통합한다는 비전을 전했다.
내가 보는 첫 번째 기회는 돈을 낼 만한 사람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창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수천만 원 이상의 비용 투자를 위한 심리적, 재무적 준비를 끝냈을 가능성이 높다. 실패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일정한 투자를 할 만한 사람들이란 뜻이다. 또 이 서비스가 제시하는 정보가 창업을 결정하는데 유효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막상 창업에 관한 정보는 제한돼 있거나 구체성이 떨어지고 그마저도 신뢰성이 의심스러운 게 현실. IR 자료에서 보듯 이 단계에서 보통 도움을 받는 게 소위 창업 컨설턴트라는 사람들이다. 이들 창업컨설턴트 들은 준비가 부족한 예비 창업자들이 가장 많은 손해를 입게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점포 매출 정보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유의미한 정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초기에는 창업 희망자를 위한 서비스로 설계 됐으나 프랜차이즈 업체로부터 연락이 온다는 것도 유의미한 면이다. 프랜차이즈 창업을 택하는 사람은 보통 기술이나 경험이 적어 표준화된 가맹 프로그램 도움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예비 창업자들에게 기존 점포가 거둔 매출은 가맹 가입에 유효한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달에 3000만 원쯤 법니다"가 아니라 "1년 매출 평균은 2400만 원 정도 겨울에 매출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고 매입은 1500만 원 수준. 사장이 가져가는 돈은 1000만 원 내외가 된다는 계산"이 서면 창업 희망자들은 조금 더 쉽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맹점 확보가 과제인 프랜차이즈 입장에서 C사의 서비스가 매력적인 이유다. 이 말은 곧 이 서비스가 해당 생태계에서 작동할 만한 영역이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위기 요인도 있다. 첫째로 장기화된 불경기다. 자영업자 폐업률이 IMF 외환사태 다시 수준까지 떨어졌다. 나라 빚 얻어 간신히 코로나 버틴 사람들이 경기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자 망하는 길을 택한 까닭이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도 살펴봐야 한다. 한국 산업에서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건 특징적인 면모다. 2023년 기준 자영업자 비율은 19.7%.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란다. 미국은 6.6%, 일본도 9.6% 수준이다. 한국 보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나라는 관광대국 이탈리아 정도다. 또 이탈리아(2,150억 유로/약 23조 달러/GDP 기여도 10.5%)와 비교하면 한국(1.71조 불/GDP 기여도 2.8%)은 관광산업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다. 앞으로도 첨단 산업과 콘텐츠 등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산업체계가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인건비 등 고정비가 오르면서 수익률이 빠지는 것도 원인이다. 불경기만 문제가 아니다. 자영업자 비율이 추세적으로 줄어들 거라는 얘기다. 자영업자 비중이 줄면 서비스의 시장 역시 줄어든다.
다음은 서비스 내부의 위협요인이다. 첫째로 서비스가 제공하는 정보가 거꾸로 창업이라는 의사결정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손쉽게 매출 정보가 확인되는 만큼 창업 외에 다른 결정을 할 근거가 생기는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이 직접 분석하고 작성해야 영역이 넓다는 거다. 나는 10여 년 전 처음 공공기관에 들어와 약 3년 넘게 소상공인 파트 업무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소위 상권분석 서비스라는 걸 개발하는 업무를 지원한 적이 있는데 해당 시스템이 제공하는 정보는 창업이나 폐업이라는 의사결정에 거의 또는 전혀 도움 되지 않는 매크로 데이터였다. 하물며 유동인구 수마저도 10,000명 단위로 나오니 정밀성이 떨어지고 동선이나 상권 세부사항에 등에 대한 1차적 분석도 불가능했다. 아직도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본 서비스가 제공하는 다른 정보들이 여전히 전문가의 임의적 판단을 포함해 작성한 리포트 수준이라면 이 서비스는 엄밀히 말해 온라인 창업 컨설턴트 정도의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제 전망을 얘기해 볼 차례다. 영감님은 평가과정에서부터 C사 눈독을 들였다. 직접 IR을 봤을 뿐만 아니라 세 차례 화상 회의를 진해해 사업 모델을 조금 더 꼼꼼히 살펴보는 작업도 진행했다. 당신은 밸류체인에서, 특히 횡적 영역(vertical sector)에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투자 결정의 중요한 척도로 삼는 경향이 있고 그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나 역시 밸류체인의 관점에서 본 서비스의 미래의 시나리오를 구성해 보겠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C사가 창업 시장이라는 밸류 체인의 초기 단계를 완벽하게 지배하는 경로다. 자영업자 창업의 경로 중 창업의 초입 단계까지 지배하는 것이다. C사가 참고할 만한 서비스는 SK엔카닷컴(이하 엔카)이다. 엔카는 앱 다운로드 1300만, 누적 방문자수가 22억 명이 넘는 국내 1위 중고차 정보 공개 사이트다. 엔카는 무수한 중고차들이 각각의 기준에 따라 실물 데이터로 볼 수 있게 구성돼 있다. 사고는 있는지 색깔이나 연식 등등. 기존 딜러들이 독식했던 정보를 모조리 공개하고 공유하면서 서비스의 차별성을 얻게 된 것이다. C사 역시 점포 임차나 창업 과정에서 요구되는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살펴볼 수 있게 하는 전략을 타진해 볼 수 있다. 현재 공개한 매출액뿐만 아니라, 현재 운영 중인 점포의 인건비 등 고정비, 창업 기간 등등을 모두 지표화해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을 길게 하는 것이다. 이후로는 창업가 육성 교육, 각종 자격증, 식자재 연계 등등의 서비스를 하나씩 추가할 수도 있겠다. 중고차를 사겠다고 마음먹으면 우선 엔카 사이트를 둘러보듯이 창업을 마음먹으면 이 사이트를 출발점으로 삼게 하는 걸 목표로 삼는 것이다.
다음은 부정적인 시나리오다. 현재 기능에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사이트를 확인해 보니 올라와 있는 정보량이 너무 적다. 애초에 자영업자들은 시스템 접근성도 떨어지고 정보 공유를 꺼려한다. 먼저 할 일은 충분히 발품을 팔아서 D/B를 확보하는 것이다. 지금은 1,000개 점포 단위이지만 10,000이나 100,000 단위로 매물이 등록되면 데이터는 훨씬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다음으로 시스템 중심의 서비스가 아니라 인력 중심 서비스 되는 위협이다. 현재는 리포트 작성이 수작업이다. 리포트 작성을 체계화하고 수량화하고 가능성의 형태로 제시되는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경력, 연령, 자본 등을 수치화해 해당 점포 임차 시 성공 가능서 같은 것들을 제시해 보는 것이다. 물론 이 방향은 조금 더 어렵고 공수가 많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처럼 체계를 바탕으로 한 시스템이 구성되지 않으면 일방향적 정보전달 사이트에서 끝나고 말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방문자는 줄어들고 기업은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시나리오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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