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5, 오늘 스타트업
이번 주는 너무 바빴다. 정말 정신없이 바빴다. 사무실 업무도 업무인데 아침부터 밤까지 새로 노션을 배워서 내용을 채워 넣느라 정신이 없었고 업무 이후 일정도 여러 개 잡혀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좋다. 바쁘면 살아있다는 느낌이 분명해지고 쉼 없이 멈춤 없이 움직일 때 생의 밀도는 더욱 깊어진다.
지난 목요일(4/3) 스타트업 플랫폼인 OO의숲이 주최하는 좌담회를 다녀왔다. 조사방법론 시간에는 이걸 FGI(Focus Group Interview)라고 부른다. 통상 조사방법론 측면에서 보면 예비적 조사라고 보고 나도 학부 때 두 차례 진행해 본 적이 있다. 특히 이 FGI라는 것은 특정 집단의 사람들의 생각을 정성적인 관점에서 접해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시작할 때 OO의숲 측 사람이 전날 스타트업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고 내가 참가한 날은 VC와 AC등 투자자들이 참여자였다. 나는 아직 이쪽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고 특히 민간에서 스타트업 신(Scene)을 어떻게 이해하고 또 정의하는지가 궁금했다. 내가 이 좌담회를 신청했던 이유다.
주최 측 관계자가 네 명이 있었고 패널은 8명이었다. 대기업 CVC 쪽에서 세명과 중견제약회사 담당자 등 총 네 명이 기업 쪽이었고 AC쪽에서는 나를 포함해 셋이, 대학 창업보육단 쪽 패널 히니 다 있었다. 주최 측 담당자들은 불편한 얘기도 편하게 꺼내달라고 얘기했고 테이블이 좀 좁아서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주최 측 담당자들도 후에 확실히 투자자 사이드에서는 스타트업 사이드와 관점이 다르다는 얘길 했다. 내가 보기엔 나 역시 VC의 관점과 AC의 관점 그리고 지원기관의 관점이 또 다르다는 걸 봤다. 전체 집합의 측면에서는 내가 고민했던 것들을 대부분 고민했고 유사한 의견을 냈지만 역시 업무와 기능에 따라 관점과 접근 방법이 다르다는 걸 명확하게 알 수 있고 그래서 유믜미한 공부가 되는 자리였다.
대기업 벤처캐피털(CVC : Corporate Venture Capital)이 oo의숲(이하 숲)을 접근해서 알고 싶은 데이터는 기업에 관한 가장 기초적인 정보들이었다. 대기업 개열 투자자는 숲에 접속해서 하는 건 기업명 확인하고 홈페이지 확인하고 연락처 확인하고 가 전부라고 했다. 투자를 하기 위해 기존 타 대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 레퍼런스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했다. 지난번 포스코 측 투자자와 같은 의견이다. 윗분들을 설득하자면 기존에 대기업과 협업했던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기술 쪽에 관련된 기업들일테고 우리가 아는 개념적인 오픈이노베이션과 가장 가까울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기도 하겠다. 나는 여기다 메일링이나 채팅까지는 어렵더라도 쪽지 기능 정도라도 붙이면 어떻겠냐고 덧붙였는데 VC 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숲쪽에서 재무기록이나 인력 관련 정보의 효용성에 대해 묻자 퍽 냉담하게 반응했다. 나 또한 미안한 얘기지만 법률적으로 사실관계 여부를 반드시 살펴야 하는 종류의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다른 VC들도 같은 의견을 표했다. 나는 '인상'이라는 단어를 썼다. 어떤 서비스를 하는지, 매출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실체 매출 상태에 대한 신뢰보다는 대략적인 상태 정도, 추이, 변량 같은 것들이 유의미하다는 게 내 의견이었고 다른 VC 역시 관심이 가는 기업을 만나본 후에 진짜 데이터를 받아서 살펴본다고도 말했다.
AC들의 관심은 조금 더 구체적인 데 있었다. 나는 먼저 이 데이터들을 갖고 다른 형태의 꾸러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봤는데 그놈에 100개 제한 때문에 데이터를 들여다보다 말았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다른 AC는 실제로 숲 쪽의 데이터를 크롤링해 본 적이 있었고 나름대로 유의미한 결과를 찾아내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분명히 숲에 쌓여 있는 데이터 들 중에 다른 기준, 다른 분류로 접근하면 유의미한 것들이 있을 텐데 지금 상태로는 조금 부족하다는 의견. 투자자들이 관심 있을 섹터 그룹을 한테 묶어서 볿 수 있게 한다거나 추이 등을 살펴볼 수 있게 하는 등등은 가능하냐. 지금 갖고 있는 데이터들 중 조금 더 유의미한 것으로 보익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는 제안도 덧붙였다.
지원기관에서 사용하는 주 용도는 그네들이 지원하고 육성한 기업들의 추이를 살피는 데 있다고 했다. 매출이나 투자가 발생하는 추이를 모니터링하는데서 쓰임이 있다고 했다. 아마도 내가 공공기관에 남아 있었어도 같은 방식으로 숲 서비스를 사용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공공 부분에서는 사실 이런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법도 모르고 신뢰성을 따져 묻지도 않기 때문에 대체로는 단기적인 보고이벤트에서나 쓰일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또 한편 들기도 했다.
스타트업 기업과 비교하면 상대적인 보조적인 참여자들인 투자자 또는 지원기관 관계자들이 한 입으로 말하는 건 데이터의 신뢰성 부분이었다. VC에서 오신 분은 냉정하게 말해 재무 데이터의 그 어떤 부분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데이터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내가 공공에서 기업들을 상대할 때도 그랬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은 정확하게 재무제표가 나오더라도 사실은 믿을 수가 없다. 기업들은 각각의 상황에 따라 필요한 만큼 사정을 다르게 설명할 수 있고 공공 분야는 거꾸로 그들의 그러한 불확실한 정보를 역으로 이용해 성과를 포장하곤 한다. 정말로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있다고 해도 그 데이터가 누적적으로 추적 관리될 수 있는가? 그 역시 다른 측면의 어려움이다.
또한 데이터의 깊이 역시 아쉬운 점이다. 물론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자체 만으로도 매우 큰 노력이자 의미이지만 어쨌든 이들이 다루는 건 데이터다. 나는 데이터 과학 까지는 아니지만 사회과학도로\ 사회조사 방법론을 공부했다. 데이터는 정량 조사의 기본이다. 현시점의 사실들을 살펴보자면 X축과 Y축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Z 축에도 데이터를 넣어서 각각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현상들을 살펴야 한다. 예컨대 최근 5년간 투자를 가장 많이 받은 기업들이 보여주는 특정한 요소 같은 것들. 혹은 어떤 일정한 모렐링 중 특정 섹터가 유독 튀어 오르는 요소들 따위. 우리는 차이를 통해 사실을 인식한다. 모두가 검은색이라면 검은색은 검은색이 아니다. 그 점에서 있어서 지금 볼 수 있는 데이터는 나열된 데이터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지금 기업 단위로 볼 수 있는 데이터 세트들을 종과 횡으로 나눠 섹터별로 분리해 보거나 특정 시점을 중심으로 추이를 살펴보는 등의 연산 방식이 가능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내가 말하는 교차 빈도분석은 가장 낮은 순위의 사회과학 연구방법론에서 쓰이는 것들이다. 더 높은 수준은 회귀분석이니 검정이니 하는 것까지는 할 줄도 모르고 그만한 깊이도 없다. 한두 단계만 더 들어가 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내가 보기엔 이들이 가진 데이터 들은 충분히 그와 같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런 데이터들은 최소한 투자자들에게는 유의미하게 보일 수 있다.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 바로 가치를 찾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일정한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차이가 도드라는 지점을 만드는 것이 무엇이냐는 생각이 바로 '문제'의 시작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말했다. 이 서비스를 처음 접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우선 한국 스타트업 시장 자체가 매우 작고 심지어 기업들을 매일 망해간다. 돈을 벌만한 규모가 될지 알 수 없고 데이터를 추적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할 일이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길 한 거다. 정말이다. 일전에 영 간님과 농담처럼 스타트업 관련 사업 아이디어를 나눴는데 나는 냉담하게 말했다. 스타트업 시장이 작은데 그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요? (데이터를 찾아보니 생각만큼 적진 않았다. 1년 전체 창업기업은 100만 개 수준, 그 정 기술기반 스타트업은 20만 개가량) 다음으로 한국의 환경을 말했다. 나는 공공에 오래 있었지만 한국 공공 분야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책 환경은 나날이 나빠져 가고 있고 작은 성공을 부풀린 경험 때문에 변화를 주는 건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된다. 이 와중에 이런 플랫폼을 만든 건 대단한 거고 내 칭찬은 진심이었다.
나는 한국의 창업 정책은 자기네들이 해온 성공의 데이터를 왜곡하지 않기 위해 반복해 좀비 기업을 만들어내고 믿을 수 없는 '지표'에 치중하느라 내실 있고 실력 있는 기업들과는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나는 스타트업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지원이 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성공한 스타트업들 대부분은 그놈에 창업 정책보다는 카이스트나 서울대 인맥 혹은 선배들과의 네트워크 그리고 개인들의 유능함을 바탕으로 성공했지 스타트업 정책을 기반으로 성공했다고 보긴 어렵다. 여전히 공공은 별로 한 것도 없는 주제에 자기네들의 실적을 뽐내기 위해 성공한 민간 사업자들을 병풍으로 세우는 습관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 점에서 나는 숲이 조금 더 유의미한 데이터들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했다. 저런 거짓말들 다 드러내고 기업들의 본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어느 기업이 어디서 무슨 상을 받았다더라 같은 건 아무것도 설명하는 게 없다. 그 어워드가 어떤 의미가 있고 그 어워드에서 상을 받은 기업들의 어떤 점이 특별하게 보였는지가 바로 무엇인가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자 측면이라면 어느 투자자가 얼마를 투자했다 보다는 어느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가 기업 입장에서 의미 있는 코멘트일 거었다. 공공기관에서도 후배들에게 늘 하는 말이 그거였다. 이런 사실 나열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 배치가 아니라 통찰과 의도를 보여줘야지. 비전문가이고 외국의 사례 역시 잘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 선 넘는 말을 한 거 같다는 얘길 전 회사 선배에게 듣긴 했다.
나는 정말로 사업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어떤 멋진 면을 존경한다. 사업가들이 가진 특유의 무자비한 면모는 늘 좀 불쾌하지만 타고난 도전의식 그리고 돈이라는 구체적인 결과로 성패가 분명해지는 이들의 세계는 분명 특별한 점이 있다. 아러한 구체적 결과와 그 결과를 향한 도전의 이야기는 공공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구체성이자 0 나를 자극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기업들이 사무실에 앉아 보고서나 쓰면서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착각하는 공무원들과 달리 정말로 나라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그 창업자들이 스스로 가진 열정과 에너지가 손실 없이 기업 활동에 투자되고 그걸로 정말로 돈을 벌게 하자면, 불필요한 시행착오의 시간을 줄이자면 내 나라는 더 발전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정확
이는 FGI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해본 생각이다.
*해당 기업으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내용으로 법적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어 기업명은 밝히지 않습니다. 혹해당 기업 및 관계자께서 보시기에 이익 침해 등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말씀 주시면 글을 내리거나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