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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지분을 17년 만에 전량 매각했다.
단순한 매각이 아니라, 투자 세계에서 오래 회자될 만한 드라마였다. 2008년 당시 워렌 버핏은 찰리 멍거의 추천으로 BYD 주식 2억 2500만 주를 샀다.
당시 가격은 주당 약 8홍콩달러, 전체 매입액은 2억 3000만 달러 남짓이었다. 지금 환율로 보면 약 3000억 원 수준의 투자였다.
그 후 BYD의 주가는 급등했다. 중국이 전기차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회사는 급성장했고, 워렌 버핏이 들고 있던 지분의 가치는 수십 배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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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처음 일부 매각 공시가 나왔을 당시 매도가격은 주당 277홍콩달러였다. 8홍콩달러(약 1만1000원)에 사서 277홍콩달러(약 39만1000원)에 판 것이니, 단순 계산으로 30배가 넘는 수익을 거둔 셈이다.
이후에도 매각은 단계적으로 진행됐고, 최종적으로 2025년 1분기 보고서에서 투자 가치는 ‘0’으로 기록되며 완전한 이탈이 확인됐다.
최종적인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 투자금 2억 3000만 달러가 약 39배 불어나 90억 달러 가까이 회수된 것으로 추정된다. 원금 대비 이익만 87억 달러, 한화로 12조 원에 이른다.
한마디로 초기 투자금이 작은 불씨였다면, 결과는 거대한 산불처럼 불어나 버크셔의 재무에 천문학적인 이익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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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오르는 동안 시장은 수차례 출렁였지만, 워렌 버핏은 무려 17년을 버텨내며 결국 ‘전설적인 투자’라는 타이틀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그렇다고 단순히 돈만 본 것은 아니다. 워렌 버핏은 이미 2023년 한 인터뷰에서 “비야디는 훌륭한 회사지만, 자본을 더 잘 활용할 곳이 있다면 옮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고, 중국 전기차 시장이 과도한 가격 경쟁에 빠진 것도 매각 결정에 힘을 실었다는 해석이 많다. 과거 대만 TSMC 지분을 샀다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이유로 곧바로 처분한 사례와 닮아 있다.
이번 매각은 BYD에도 파장을 남겼다. 소식이 전해지자 홍콩 증시에서 주가는 장중 한때 3% 넘게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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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BYD 측은 담담했다. “17년간의 동행에 감사하다”는 짧은 메시지를 남기며, 한 투자자의 퇴장이 회사를 흔들 이유는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워렌 버핏의 행보는 투자 세계에 다시 한 번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훌륭한 기업이라도 영원히 보유할 필요는 없으며, 때로는 환경 변화에 맞춰 과감히 자본을 옮기는 것이 더 큰 지혜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산업이 격변의 길목에 선 지금, 앞으로 어떤 새로운 무대에서 그의 자금이 힘을 발휘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