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값 변동 / 출처: 뉴스1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의 상징인 국제 금 시세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 시장에서는 금값이 하루 만에 10% 이상 급락하는 이례적인 변동성이 나타나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금값이 해외 시세보다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 현상까지 심화되자, 한국거래소는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 연방정부가 1일(현지시간)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돌입하자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국내 금값 변동 / 출처: 연합뉴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12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3,897.5달러로 전장 대비 0.6% 상승하며 종가 기준 최고치 기록을 다시 세웠다.
금 현물 가격 역시 이날 장중 온스당 3,895.09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 의회가 예산안 처리에 실패하며 셧다운이 발생하자,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 금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우석진 교수는 “미 연방 정부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미국 자체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다른 안전자산인 금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미국의 재정건전성 우려로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거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0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금값 상승 흐름을 지지하고 있다.
국내 금값 변동 / 출처: 연합뉴스
금 가격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금을 이용한 재테크인 ‘금테크’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통장 계좌로 금을 거래하는 골드뱅킹 상품의 국내 은행권 잔액은 9월 말 기준 사상 처음으로 1조 4천억 원을 돌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금 현물 가격은 지난해 말 1그램(g)당 12만 7천 원 선에서 올해 9월 말 19만 4천 원대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글로벌 추세와는 다른 이례적인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10월 1일 국내 금값은 장중 한때 g당 20만 원 선을 돌파했으나, 몇 시간 지나지 않아 11% 급락하며 18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러한 상황에 한국거래소는 금 가격의 큰 움직임이 이례적임을 감안해 금 시장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VI)를 발동했다.
국내 금값 변동 / 출처: 뉴스1
이처럼 심각한 변동성이 나타난 원인은 국내 시장에 투자 수요가 일시적으로 집중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달 24일부터 일주일간 국내 거래소 금값이 13.9% 폭등할 때 국제 금 가격은 3% 오르는 데 그쳤다.
국내 금값이 해외 시세보다 높은 정도를 나타내는 ‘김치 프리미엄’은 지난달 30일 기준 11.7%까지 치솟았다.
국내 시장의 단기적 과열 조짐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금값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작년 하반기부터 장기적인 상승 국면이 지속되면서 9월 29일 기준 올해 들어 46.1% 올랐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가격도 1980년 이래 최고치를 넘어섰다.
국내 금값 변동 / 출처: 뉴스1
미국의 재정건전성 우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 그리고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은 금값을 떠받치는 주요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에 국제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 고지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국내 시장의 과열 양상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명절 기간 중 글로벌 시장 상황에 따른 가격 급변 가능성이 높고, 최근 국내 가격과 국제 가격 간 괴리가 확대되는 점을 감안해 금 투자 시 유의를 당부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