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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가 일본의 새 총리로 선출됐다. 중의원 첫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하며 제104대 총리에 오른 이날, 일본 정치의 흐름은 조용하지만 뚜렷하게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일본 최초 여성 총리’라는 상징 뒤에는 보수 색채가 강한 정치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이 변화가 한국과의 관계, 특히 독도 문제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
다카이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직계 제자’로 불린다. 그가 내세운 핵심 키워드는 ‘안보’와 ‘자존심’이다. 헌법 9조 개정을 지지하고,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주장한다.
대중국 견제와 대미동맹 강화, 국방력 증강이 정치적 기조다. 이런 노선은 역사·영토 인식에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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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는 과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고,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영토”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가 강조하는 ‘자존심의 회복’은 곧 역사·영토 문제의 부활을 의미한다.
자민당이 공명당과 결별하고, 보수 성향의 일본유신회와 손잡으며 총리 선출이 이뤄졌다. 유신회는 헌법 개정과 안보 강화에 적극적이어서, 일본 정치가 한층 오른쪽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으로서는 긴장 요인이 커졌다. 일본 정부는 매년 외교청서와 방위백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하며 항의를 반복해왔다.
지금까지는 정무관급 인사가 참석하던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다카이치 내각이 장관급을 파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단 한 단계의 격상만으로도 한일 관계는 빠르게 냉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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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다카이치 내각이 즉각 충돌을 택할 가능성은 낮다. 일본 경제는 엔저와 물가 상승, 정체된 임금 등 내부 과제가 많다.
미국과의 공조, 중국 견제, 공급망 안정도 시급하다. 그는 초반 국면에서 ‘보수의 상징’과 ‘실무의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야스쿠니 참배 대신 공물 봉납을 택한 것도 그런 신호다.
결국 다카이치 시대의 한일 관계는 ‘협력과 긴장’이 공존하는 모습이 될 것이다. 경제와 안보는 이어지되, 역사와 영토 문제에서는 냉기가 다시 흐를 수 있다.
내년 2월 ‘다케시마의 날’과 4월 외교청서 발표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상징의 불씨가 다시 타오를지, 실익을 택할지는 다카이치 내각의 첫 걸음에 달려 있다. 아직은 상황을 신중히 지켜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