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연합뉴스
외국인 임대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세입자 대신 보증금을 대신 갚고 있지만, 정작 이 돈을 회수하는 데는 번번이 막혀 있다.
법원은 서류를 보내도 “수취인 불명”으로 반송되고, 전화는 연결되지 않는다. 보증금은 사라지고 세입자만 남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희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외국인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 사고가 103건, 액수로는 243억 원에 달했다.
이 중 HUG가 대신 갚은 사례는 67건, 160억 원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회수된 금액은 3억 원 남짓, 비율로 2%에 불과하다. 사실상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출처 : 연합뉴스
현재 HUG가 돈을 받지 못한 외국인 임대인은 43명이다. 이 중 22명은 법적 절차조차 진행하기 어려울 만큼 연락이 두절됐다. 서류를 보내도 주소가 잘못됐거나 이미 출국한 경우가 많았다.
법원은 결국 공시송달로 처리했다. 그나마 연락이 닿은 몇 명도 “돈이 없어 못 갚는다”고 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27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 8명, 캐나다와 일본이 각각 2명이다. 네팔, 필리핀, 태국 국적도 포함됐다.
회수하지 못한 채권 규모는 중국이 약 84억 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양한 국적의 임대인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면서, 법적 사각지대도 커진 셈이다.
출처 : 연합뉴스
문제는 HUG의 대응도 미흡했다는 점이다. 한 캐나다 국적 임대인은 1억 원 넘는 전세금을 갚지 않아 HUG가 대신 변제했지만, 이후 재산 조사는 지적이 있기 전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공공기관의 사후 관리가 사실상 방치된 것이다.
김희정 의원은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외국인 임대인의 국적과 체류 자격, 비자 종류 등을 공개하고, 일정 금액을 제3기관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금을 갚지 않고 출국하려는 경우 출국을 제한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임대인의 부동산 보유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세입자의 보증금이 ‘국경 밖으로 사라지는 돈’이 된다면 시장 신뢰는 흔들린다. 관리 강화와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허술한 시스템을 두면 더 큰 피해가 뒤따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