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연합뉴스
정부가 빚으로 벼랑 끝에 몰린 서민들을 구제하기 위한 채무조정 제도를 대폭 손질한다.
앞으로는 취약계층이 일정 기간 성실히 상환하면 전체 채무의 5%만 갚고 나머지를 면제받을 수 있는 ‘청산형 채무조정’ 제도의 문턱이 낮아진다.
지원 한도는 기존 1천500만 원 이하에서 더 높아질 전망이다.
청산형 채무조정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사회취약계층이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받고, 조정된 채무의 절반 이상을 3년 이상 갚으면 남은 빚이 사라지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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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으로는 원금의 5% 정도만 성실히 상환해도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새도약기금 사례 등을 참고해 지원 한도를 상향하고, 미성년 상속자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부모의 빚을 떠안은 채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연체와 추심에 시달리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보이스피싱 피해자에 대한 구제도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신청 직전 6개월 내 신규대출이 전체 채무의 30%를 넘으면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없었지만, 금융범죄 피해자는 예외로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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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가 아닌 피해로 발생한 채무까지 제도에서 배제됐던 모순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채무조정 과정의 불합리한 부분도 개선된다. 채권금융회사 의결권 기준을 ‘채권 총액’에서 ‘채권 원금’으로 바꿔, 대부업체가 과도하게 의결권을 행사하는 문제를 줄인다. 초고금리 대부계약 무효화 홍보도 강화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신용카드 사태 이후 20년 넘게 채무조정이 이뤄져 왔지만 도덕적 해이는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채무불이행의 원인은 개인의 무책임만이 아니라 실업, 질병, 금융범죄 등 예기치 못한 사회적 요인인 경우가 많다”며 “그런 이들에게 채무 감면은 사회의 회복 장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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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는 저신용자의 고금리 문제도 지적했다. “금융회사의 신용평가는 완벽하지 않아 일정 금리대에서는 돈을 빌릴 수 없는 ‘금리 단층’이 생기고 있다”며 “시장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영역을 서민금융이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무조정 제도의 문이 넓어진 만큼, 빚에 짓눌린 이들이 다시 사회로 발을 내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제도 개선이 단순한 구제가 아닌, 재기의 기회를 여는 시작점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