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주가 10만 원을 넘기며 다시 한 번 국민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 정작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 삼성전자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이 아닌 한국 거래소를 택했을까.
1970년대 한국은 산업화를 향해 달리던 시기였다. 정부는 자본시장을 육성하며 대기업들에게 국내 상장을 장려했다. 국민이 기업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삼성전자는 그 역할을 자임했다. 해외보다 여건은 열악했지만, 자국 시장을 키우는 것이 곧 한국 산업을 일으키는 길이라 믿었다.
출처 : 연합뉴스
1975년 거래소에 상장한 삼성전자는 자본조달보다 책임경영을 택했다. 기업의 성장과 국가 발전을 같은 궤도에 놓으며 ‘국민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외국인 투자 개방이 이뤄지면서 해외 자금이 몰려들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본진을 한국에 두었다.
2000년대 초 나스닥 상장을 검토한 적도 있다. 전담팀까지 꾸려 실무를 진행했지만, 2001년 “비용 대비 실익이 크지 않다”며 계획을 유보했다.
이미 자금 여력이 충분했고, 무엇보다 ‘국가 대표기업’으로서의 상징성이 그 결정을 이끌었다. 삼성은 세계로 뻗되 뿌리를 한국에 두기로 했다.
출처 : 연합뉴스
이후 미국의 규제 강화와 집단소송 리스크로 해외 상장 매력은 줄었다. 삼성전자는 대신 런던증권거래소 GDR과 미국 장외시장(OTC)을 통해 해외 투자 통로를 열었다. 중심은 지키되 문은 넓힌 셈이다.
지금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은 절반을 웃돈다. 국내 상장만으로도 글로벌 자금을 충분히 끌어들이고 있다. ‘국민이 함께 성장한 기업’이라는 정체성은 브랜드 신뢰를 높였고,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했다.
삼성은 이제 테슬라·애플·오픈AI 등과 손잡고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여전히 한국 시장이 있다.
세계와 경쟁하면서도 근간을 잃지 않는 선택, 그 철학이 오늘의 삼성을 만들었다. 앞으로 이 균형 잡힌 행보가 어떤 변화를 이끌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