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껐다 켰다는 이유로 범칙금이라니요?”
운전 경력 15년 차 베테랑도 피하지 못한 덫이 있습니다.
바로 ‘좌회전 신호 대기 중 방향지시등 문제’입니다.
운전자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논쟁이 이어졌던 주제입니다.
대기 중일 땐 ‘정지 상태’니까 방향지시등을 꺼도 된다는 주장과, 언제나 켜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섭니다.
도로교통법 제38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운전자는 진로를 바꾸려는 경우에 신호를 해야 한다.”
즉 방향지시 의무는 ‘진로 변경 행위’가 있어야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경찰청 해석에 따르면, 이미 좌회전 차로로 진입해 정지해 있는 상태는 '진로 변경이 끝난 뒤'로 봅니다.
이론적으로는 이 시점에서 방향지시등을 꺼도 불법은 아닙니다.
시동을 끄고 있다가 출발할 때 방향지시등을 잊고 켜지 않는다면, 문제가 생깁니다.
바퀴가 구르는 바로 그 순간부터 다시 '진로를 바꾸는 행위'가 시작되므로, 방향지시등이 켜져 있어야 합니다.
택시 기사 박모 씨처럼 출발과 동시에 켰다고 주장해도, 블랙박스 영상에선 벌써 바퀴가 움직였다면 해당 사항 없습니다.
이 경우 ‘방향지시등 미점등’으로 접수돼 범칙금 3만 원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스마트폰 앱 ‘스마트 국민제보’를 통해 일반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신고에 나섭니다.
2020년 한 해에만 방향지시등 미점등 공익신고는 44만 건을 넘었고, 전체 교통법규 위반 신고 중 약 20%를 차지했습니다.
가장 많은 오해와 충돌이 벌어지는 지점은 ‘직진·좌회전 겸용 차로’입니다.
이곳에서 방향지시등 없이 신호를 기다리면, 뒷차는 직진할 것으로 오해하게 됩니다.
그 상태에서 갑자기 좌회전 깜빡이를 켜며 멈춰서면 뒷차는 꼼짝없이 막히게 되고, 때론 사고로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설령 접촉이 없더라도 ‘비접촉 사고’로 분류되며, 원인 제공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보험 처리에 있어서도 방향지시등 점등 여부는 과실 비율을 가르는 주요 기준이 됩니다.
일부 운전자들은 ‘전기 아낀다’거나 ‘뒤차 눈부심을 막기 위해’ 깜빡이를 끕니다.
하지만 최근 차량의 LED 방향지시등은 시인성이 좋고, 뒤차에 부담도 적습니다.
운전 의사를 분명히 알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배려입니다.
법적으로 정지 중은 의무가 아니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계속 켜두는 것’이 지갑을 지키는 길입니다.
1초의 귀찮음이 몇 달 뒤 날아올 고지서를 막아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