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녁을 분명히 해야 화살은 표적에 적중한다. 목표가 분명해야 적중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이다. 글의 목적이 출간인지, 기고인지, 블로그나 브런치용인지, 아니면 업무 보고용인지 프레젠테이션용인지 등에 따라 글의 문체와 성격은 달라진다.
그럼 출간용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목표를 우선해야 할까?
출간용 글을 쓰기 위한 첫걸음은 저자인 자신을 되돌아보고 잘 분석하여 나만의 퍼스널브랜딩을 분명히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독자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나 탁월한 성과를 만든 이야기를 듣고자 책을 집어 들기 때문이다. 그 분야의 탁월한 강점을 가진 이의 가슴 뛰는 성공담을 읽으며 노하우를 배우고, 해결책을 도출하며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내가 공들여 쓴 책이 서점 매대를 좀 더 오래 지키고, 더 많은 이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 남에게 도움이 될 나만의 전문성은 무엇인지 나부터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나의 퍼스널브랜드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의 글을 써야 독자에게 좋은 길을 제시할 수 있고, 독자 역시 저자의 명확한 색깔을 보고 그 책에서 무엇을 발견할지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선의 시간 내에 출간을 목표로 한다면, 박사논문 같은 광범위한 주제보다는 최대한 세부적으로 날카롭게 좁힌 주제가 좋다.
혹 자신의 견해와 꿈이 아무리 대하드라마처럼 장대해도 출간을 위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백과사전처럼 방대하고 두꺼운 책은 근래의 출간 트렌드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요즘은 인터넷만 들어가면 원하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다. 능력에 따라 희귀 정보나 비공개 정보까지도 찾아낼 수 있다. 이 같은 정보의 보편화 때문인지 근래 오랫 동안 출간 트렌드는 얇으면서도 쉽고 재미있으며 가볍게 술술 잘 읽히는 책이 잘 나간다. 전문서적이나, 누구나 이름을 알 만한 그 방면의 대가가 아니라면 대개의 책이 200~300쪽 정도를 유지한다.
예전에 나는 ‘양성조화적인 한국 고유의 여성문화를 밝혀보자’라는 나름 장대한 취지로 고대부터 근대까지 한국의 주체적인 여성문화를 밝혀보는 책을 쓴 적이 있다.(『표류사회』, (도)아이필드, 2021년 출간)
하지만 ‘고대부터 근대까지’라니….
초기 설정 범위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계획한 목차에 따라 글을 채워갈수록 분량은 늘어만 갔다. 그러다 결국은 1권짜리 단행본으로 출간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찾아놓고도 다 싣지 못하거나, 어떤 부분은 원고 쓰기를 포기하거나 했다. 책이 너무 두꺼워지면 독자의 선택을 받기도 힘들뿐더러 선택하더라도 읽기가 힘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당장 나 자신만 해도 너무 두꺼운 책은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글 쓰는 중간에 많은 고민을 했었다. ‘시대별로 끊어서 여러 권으로 내볼까?’, ‘좀 더 주제를 세분화해서 각각 다른 종류로 여러 권을 내볼까?’ 하는 생각 등을 무수하게 했다.
하지만 출판 트렌드나 출간 기획에 대한 무지, 그리고 출간 과정에 대한 부담과 자칫 내용이 부실해져 아무 출판사도 선택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막상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리고 출간을 하고 시간도 꽤 흐른 지금, 나는 아직도 그때의 선택에 자신이 없다. 오히려 출간 후 현실적인 판매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때 ‘무게감이 없어서, 내용이 빈약해서 출간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을 이겨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를 해보곤 한다.
적은 내용이라도 분명하고 확실한 새로움이 있다면 그 책은 분명 가치가 있다. 그리고 짧고 얇은 책은 그만큼 더 많은 이에게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다. 또 단순하기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담백하고 효율적으로 전할 수 있다.
요즘은 책 외에도 인터넷, 전자책, 유튜브 등 정보를 얻을 다양한 매체가 공존한다. 어쩌면 인터넷 등의 다른 매체보다 인쇄물이 정보를 얻기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그렇다 보니 출판 시장에 나오는 책은 점점 늘지만, 실질적인 판매량은 반대로 줄고 있다. 따라서 출간 후 어느 정도 오랫동안 매대를 지키며 독자들을 만나려면 처음부터 전략을 잘 짤 필요가 있다.
책의 색깔을 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제이다. 주제는 광범위하고 두루뭉실한 것보다는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것이 좋다. 수요가 있는 분야를 잘 타깃팅한 정보는 그 분야의 구체적인 정보를 필요로 하는 독자에게 다가가기가 좋고, 주제가 더 세부적이고 구체적일수록 주제의 희소성은 더 빛난다. 예를 들면, ‘물고기 키우기’ 보다 ‘열대어 키우기’나 ‘해수어 키우기’가 낫고, 그보다는 ‘열대어 브리더 길라잡이’나 ‘집안에서 키우는 소형 해수어’ 등이 낫다.
세부 주제를 정할 때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첫째, 출간을 통해 얻고자 하는 나의 진로에 걸맞은 목표와 출간 이후의 활용 계획을 분명히 해본다.
둘째, 현재 그 분야의 시장 동향 분석과 향후의 전망 등을 생각해본다. 똑같은 교육이라도 뜨는 분야가 있고 지는 분야가 있다. 지는 분야라면 오히려 틈새시장을 공략해볼 수도 있고, 전문지식이 꼭 필요한 분야를 노려볼 수도 있다.
셋째, 이상의 내용과 자신의 진로, 그리고 글을 쓰는 목적 등을 한층 세밀하게 분석해본다.
책의 주제를 잡기 위한 이러한 분석은 아무리 많은 시간을 들인다 해도 결코 모자라지 않다.
전문성을 잘 드러내면서도 시장 전망과 니즈에 맞는 세부 주제를 정했다면, 그 주제에 대한 구체적 수요가 가장 많을 타깃 독자층을 설정해본다. 타깃 독자층이 분명해야 글의 문체나 글의 형식, 흐름, 구성 및 편집 등을 상상하면서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타깃 독자층이 분명하면 글을 원활하게 풀어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타깃 독자층이 학부모 대상이라면 학부모 앞에서 강연을 한다 상상하고 자료를 조사하거나 문체 등을 정할 수 있다. 만약 4050 중년 남성층이 대상이라면 그들의 니즈와 분위기에 맞는 사례를 모으고 자료를 조사하며 문체를 맞춰볼 수 있다.
어떤 때는 모니터 위에서 혼자 깜빡이고 있는 커서가 나를 재촉하는 시계의 똑딱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빨리 좋은 글이 머릿속에서 떠올랐으면 좋겠는데 손가락으로는 아무 것도 치지 못하는 멍한 상태가 될 때가 있다. 이럴 때 눈앞에 타깃 독자층을 대표하는 그 누군가가 앉아 있다는 상상을 하고 대화하듯 말로 풀어가다 보면 의외로 글이 쉽게 써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