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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Oct 11. 2021

[논어에 나를 묻다] 제1장. 「학이장(學而章)」1-3

사람들이 날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사람들이 날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 나 되돌아 보기 |     


 배움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배움은 정말로 즐거운 것인가?      

 요즘 세상의 배움이란 대개 시험을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학창시절에는 내신과 수능을 위해, 청춘 때는 자격증과 취업 및 온갖 고시 등을 위해, 나이 들어서는 승진과 이직 등을 위해 끝없이 공부를 한다. 이러한 공부는 대개가 경쟁을 전제로 한 공부이다. 일정 비율 안에 들어야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일정 점수 안에 들어야만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은 필연적으로 타인의 인정이 중요해진다. 아무리 수능 점수가 높아도 경쟁자보다 높아야 의미가 있고, 아무리 작품이 뛰어나도 심사자들의 눈에 들어야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아무리 좋은 성과를 냈어도 평가자들의 주목과 인정을 받아야 의미가 있다. 


 평가, 합격, 승진, 이직 등이 모두 타인의 인정과 판단에 달려 있기에 공부 역시 ‘어떻게 하면 타인의 눈에 들어 경쟁에서 이길까’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정작 배움의 의미와 즐거움에 눈을 뜨는 것은 은퇴가 가까워질 무렵인 경우가 많다. 지식과 기술에 치우친 공부로 바쁘다 보니 정작 자신을 찾고 지혜를 쌓으며 내면을 알기 위한 공부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평생을 투자하는 배움의 목적이 남에게 달려 있을 때 오는 병폐이다. 

남을 이기기 위해서나 남에게 인정받는 것이 배움의 목적이 되면 어떻게 될까? 

만약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남이 알아주지 않거나, 남보다 뒤처지게 되면 견딜 수가 없어진다. 실제로는 빛나는 돌이지만, 그것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없으면 스스로도 자신의 가치를 폄하하게 돼 버린다. 마치 수만 년간 대지가 키워낸 독특한 희귀광물들이 한때는 쓸모없는 돌멩이로 취급되었던 것과 같다.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희귀광물은 독특한 고유성을 품고 있고, 자체적으로 훌륭한 존재임에는 변함이 없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돌멩이 취급을 받던 희귀광물이 결국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주요광물로 각광받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광석 자체의 고유한 성질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애초에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그런 성질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탄소가 극한 온도와 압력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다이아몬드가 되듯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만의 극한을 이겨냈기에 고유한 특성을 발현하는 주요광물이 된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은 어디서나 통용되는 만능키이다. 자신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도 자신이고, 가장 잘 계발할 수 있는 것도 자기 자신이다. 그리고 자신을 잘 아는 것만큼 자신만의 고유성을 완성하기에 좋은 방법도 없다. 


 수많은 현실적인 욕심과 주변 환경에서 오는 현혹된 마음들 속에서 사람의 진짜 마음과 정말로 옳은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내 마음의 울림을 느끼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나아갈 수 있을 때 배움은 인생에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무엇이 올바른지를 알고 자신을 알며, 마음속 소리를 듣고 자신 있게 나아가기 위해 사람은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의 눈이 아닌, 자기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경지가 되었느냐가 진정한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관건이 된다. 그러한 점을 안다면 남들이 나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서운해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인정’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정자(程子: 정이천, 정명도 형제)는 이렇게 설명하였다.      


“나의 배움이 남에게까지 미치는 것이 비록 즐거운 일이나, 옳다고 보여지지 않더라도 화내지 않아야 곧 군자라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 인정할 만큼이 되는 빛은 스스로 나는 법이다. 그리고 세상은 그 빛을 언젠가는 반드시 보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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