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건, 푸줏간 주인, 술도가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다. 그들이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생각 덕분이다. 우리는 그들의 박애심이 아니라 자기애에 호소하며,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의 이익만을 그들에게 이야기할 뿐이다.” _(영국 고전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시장경제의 새로운 눈을 열었던 애덤 스미스. 그의 이론은 오늘날까지도 경제 이론의 초석이 되고 있다. 그런데 그 굳건한 이론에 불과 22세의 존 내시라는 청년이 풀지 못할 숙제를 내밀었다.
“네가 생각하는 것을 내가 생각하고 있다고 네가 생각하리라 나는 생각한다.” _(존 내시)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는 욕망으로 인해 작동하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하지만 내시는 그것이 틀렸다고 보았다. 수없이 많은 배신과 경쟁이 반복되는 험난한 세상에서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이익보다 더 근원적인 무언가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제시한 것이 수능에도 종종 등장하는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 이론이다.
‘죄수의 딜레마’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두 죄수를 각각 다른 취조실에 넣고 진실을 말하라고 했을 때 둘 다 묵비권을 사용하면 모두 1년 형만 받게 된다. 둘에게는 가장 큰 이익이다. 때문에 모두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되는 ‘묵비권 행사’가 가장 당연한 선택이 될 것 같다.
하지만 함정이 하나 있다. 혹 상대가 배신해서 범행을 자백하면 자백한 자(배신자)는 석방되지만, 묵비권을 사용한 자(협력자)는 10년 형을 받게 된다. 데미지가 정말 크다. 그리고 만약 상대를 못 믿고 둘 다 자백하게 되면 두 사람 모두 5년 형을 받게 된다. 그래도 10년 형에 비하면 중박이다. 그렇기에 다른 방에 갇혀서 상대의 선택을 알 수 없는 두 사람은 깊은 고민에 빠져든다. 상대를 믿고 모두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될 선택을 할 것이냐, 상대를 믿지 않고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할 것
이냐!
이것이 ‘죄수의 딜레마’라 불리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손’을 작동하게 하는 기본 원리인 ‘이익’과 반대되는 결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가장 큰 이익이 아님을 알면서도 ‘자백’을 선택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자백하는 것이 안전한 결과를 보증하기 때문이다. 즉, 안전을 추구하는 본능이 이익 선택보다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 ‘죄수의 딜레마’가 보여주는 교훈이다.
이 내용은 <표류사회: 한국의 여성 인식사>/이소정 저/(도)아이필드 중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