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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Nov 24. 2021

인간의 본질 탐구 "죄수의 딜레마" 톺아보기(2)

 팃포탯 전략     


미국 미시건 대학교 정치학과의 로버트 액설로드 교수는 죄수의 딜레마에서 가장 좋은 전략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을 가졌다. 이에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컴퓨터 프로그램에게 반복시키는 모의 시뮬레이션 게임 대회를 개최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대회였지만, 세상에 큰 깨달음의 단서를 제공했다. 참가 프로그램들이 보여준 천태만상의 전략과 대처가 사람들의 다양한 행동심리를 잘 투영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게임의 결과를 정리한 액설로드의 『협력의 진화』(1984)는 이후 수십 년간 정치학·경제학·사회학·인류학·응용생물학·전산학·사회심리학·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백 편의 관련 논문을 쏟아지게 했다.    

  

이 대회는 총 2회에 걸쳐 이뤄졌고, 2차 대회는 6개국 62개 프로그램이 참가할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대회에 참여한 프로그램들은 맞붙은 상대와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200회 반복했다.(점수 배점표는 위 도표의 괄호 안의 점수) 모든 프로그램은 한 번씩 맞붙어야 했고, 그 과정과 전략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었다. 때문에 참가자들은 우승 프로그램의 특성을 잘 알고 철저히 대비하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두 대회 모두 최종 우승은 액설로드 교수의 ‘팃포탯’이란 프로그램이 차지했다. 1)


이러한 결과가 세상을 놀라게 했던 이유는 팃포탯의 전략이 너무나도 단순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팃포탯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온갖 복잡한 프로그램들은 팃포탯의 ‘단순한 전략과 일관성’을 결국 이기지 못했다. 팃포탯은 처음에 무조건 협력하고, 이후부터는 상대의 선택에 똑같이 반응했다. 즉, 처음에는 신사적으로 ‘협력’하고, 그럼에도 상대가 배반하면 바로 배반으로 ‘응징’했다. 하지만 다음 수에서는 완전히 ‘용서’하고 다시 협력으로 응수하는데, 이 단순함을 반복하는 것이 팃포탯의 전략이었다. 즉, 어느 프로그램이든 팃포탯과 몇 수만 두어 보면 ‘협력엔 협력으로, 배반엔 바로 응징, 하지만 용서하고 다시 협력’이라는 일관된 태도를 금세 파악할 수 있었다. 


게임이 모두 끝나고 얻은 결과는 흥미로웠다. 게임이 반복될수록 낙관적이고 협력적이며 명료한 일관성을 보인 프로그램들은 쾌거를 거두었고, 비관적이고 배신과 영악함을 반복하는 프로그램들은 형편없는 점수를 기록했다. 나아가 많은 이들을 주목하게 한것은 팃포탯은 상대를 무찔러서 우승한 게 아니란 점이었다. 팃포탯은 대전한 상대보다 한 번도 높은 점수를 얻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상대로부터 협력적 태도를 이끌어 모두 함께 좋은 점수를 얻었기에 결국 가장 높은 총점을 얻을 수 있었다.       


“팃포탯은 자기 성공의 발판을 파괴하지 않는다. 그 반대로, 다른 성공적인 전략들하고 어울려 상호작용함으로써 번성한다.” 주2)



주1) 팃포탯(tit for tat)이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처럼 상대가 ‘팃’하고 치면 나도 ‘탯’하고 받아친다는 의미이다. 

주2)로버트 액설로드(2016), 이경식 역, 『협력의 진화』, 서울: 시스테마, p.145.



기버와 테이커      


하버드대 수리생물학자 마틴 노왁(Martin Nowak)은 선행은 절대 잊지 않되 악행은 더러 용서하는 ‘너그러운 팃포탯 전략’3)이 바로 성공한 기버의 전략과도 같다고 분석한다. 기버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애덤 그랜트 교수가 제시한 인간의 세 가지 분류이다. 베풀고 돕는 데 더 큰 의미를 느끼는 이타적인 기버(giver), 받은 만큼 되돌려 주는 호혜주의로 손해와 이익을 저울질하는 안전주의자 매처(macher), 조심스럽고 방어적이며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테이커(taker)가 그것들이다. 초반에는 타인과 조직을 돕는 데 시간과 정열을 쏟는 기버의 성과가 가장 낮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주변의 지지와 인정을 얻어 결국 성공의 사다리 가장 꼭대기에는 기버가 있었다고 한다.4)


이러한 결과는 우리에게 더 많은 생각을 해 보게 한다. 남을 이용하는 사람은 성공하고 돕기만 하는 사람들은 늘 손해 볼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사람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마음’에 원인이 있다. 이타적이고 협력적인 사람에게는 신뢰를 느끼고, 기쁨과 안정감을 얻으며, 그 따뜻함을 함께하고 싶다는 동조 의식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이타적인 사람이 많아지면 그 조직과 사회는 더욱 신뢰가 깊어지고 안정적이며 다 함께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 하지만 한 조직과 사회에 이기주의자(테이커)가 늘면 중간에서 저울질하는 자들(매처)도 늘고, 그들 간의 마찰과 배신도 늘어 경쟁과 불신이 주류가 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경쟁과 불신이 주류가 돼 버리면 다시 신뢰로 회복하기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성공한 기득권 중에는 이기적인 테이커와 기브앤테이크가 명확한 매처들이 더 많아 보인다. 역시 이론과 현실은 다른 걸까? 배신과 경쟁이 횡행하는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현실을 타개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주3) “너그러운 팃포탯 전략은 상대가 배신할 때마다 똑같이 대처하는 대신, 약 3분의 2만 경쟁적으로 행동하고 세 번에 한 번 정도는 협력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노왁은 ‘너그러운 팃포탯 전략을 활용하면 기존의 팃포탯 전략에 쉽게 대응하고 사기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너그러운 팃포탯은 지나치게 가혹해지는 일 없이 베푸는 행동에는 보상하고 테이커의 행동은 억제하는 균형을 이룬다.”(애덤 그랜트, 2013, p.301)


주4) 그리고 가장 성과가 좋은 것은 테이커였다. 하지만 테이커의 가면은 오래가지 못했고 받은 대로 돌려주는 매처들이 끝내 테이커를 응징하기 때문에 테이커는 성공의 사다리 꼭대기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_(애덤 그랜트, 2013)



우리들의 자화상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는 어떠한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는가? 

겉으로는 평등을 지향하지만 계층 간 출발선이 다르고 또 동원할 수 있는 자본력과 영향력이 다르다. 또 그 어느 때보다도 모든 부분에서 경쟁이 극심하다. 심지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비교와 경쟁은 시작된다. 키는 몇 센티인지, 몸무게는 얼마인지, 어느 유치원에 들어가는지, 아이큐는 얼마이고, 상장은 몇 개나 받아 오는지…. 좋은 대학만 가면 끝날 것 같은 경쟁은 이후 취업, 승진, 결혼, 출산, 육아, 자녀 문제, 재산, 지위 등 무덤에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끝나지 않는다. 이처럼 매 순간 비교와 경쟁이 반복되는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게다가 세대 간 차이도 그 어느 시대보다 크다. 유난히 빠른 격동기를 겪어 왔기에 세대마다 경험한 사회상과 받아 온 교육의 차이가 너무나 큰 것이다. 심지어는 한 집에서 사는 부모·자식 간에도 가치관, 인식, 사고 구조, 지향성, 사회화, 생활 방식, 언어 등이 너무나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와 모순을 감당하는 것은 고스란히 젊은 세대의 몫이 된다. 권위주의가 익숙한 기성세대들에게 배움과 변화는 아랫사람의 몫일 뿐이다. 예를 들어 성 평등을 배우고 인권 개념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가 사회에 나가면 성차별과 불합리가 만연한 낡은 문화와 마주하게 된다. 정작 양성평등 교육을 받아야 하는 건 차별과 권위적 환경이 익숙한 기성세대이지만, 기득권의 위치에 있는 그들은 구태여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결국 온갖 괴리와 불합리에 분노하면서도 그냥 참거나 큰 결심을 하는 등의 노력은 젊은 세대의 몫이 된다. 

때문에 그 본질을 직시해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혐오 감정은 건전한 방향으로 풀어질 수 있다. 더 근본적인 상위 가치를 공감하며 협력의 태도를 유지하려는 자세가 사회에 널리 퍼져 있으면, 협력과 배반을 선택해야 할 때 사람들은 협력을 더 많이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점점 가열되는 여혐과 남혐 및 온갖 혐오 문화를 떨쳐내고 불평등과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바꿀 수 있는 가장 멀고도 가까운 방법은 바로 문화의 힘일 것이다. 개인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약하지만, 올바름으로 향하는 생각이 모여 거대한 동조 의식이 생기면 공분이 일으키고 문화가 변화하기 시작하며 마침내 풍속이 변화하고 가치가 바뀐다. 그렇게 사회 전반의 가치가 바뀌면 법과 제도가 바뀌며, 그런 과정을 통해 사회 체계와 시스템도 변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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