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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by 은하수

국립중앙박물관에 머물고 있는

세월을 만나러 가는 길

정류장 의자에 다리 꼬고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세월을 등에 짊어진 채

젊은 붕어떼처럼 흩어져 가고

나는 동대문 3번 버스에 몸을 싣는다

모두들 어디로 가는 걸까

버스는 유월 어느날

오전 열시 십분의 꼬리를 잡고

흐느적거리며 달려간다

삶은 이윽고 스러지는 것

비록 두 발을 놀려

자취를 만들어 보지만

언젠가는 어김없이

사라져 버릴 것

그 미망 迷妄을 이기지 못해

다시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만나러 간다

몇 년, 아니 몇십 년이 흐른 뒤

산에 들에 혹은 강물에

가루가 되어 뿌려질 내 세월이 가여워

미륵보살반가사유상

그 천년의 미소를 눈 부릅떠 마주하려고

흐느적거리며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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