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시조 네 수
할머니 대소변을 아홉 해나 받아내신
월계리 박훈장 댁 셋째 딸 우리 모친
봄여름 갈 겨울 없이 때에 찌든 흰 고무신
오월도 스무날에 흰 백합 피어날 때
모진 손 쪽진머리 얼굴 가득 보리꺼럭
어머니 태어난 날도 잊은 듯이 사셨다네.
울 너머 참나무에 된서리 흩날리고
아궁이 쇠죽 끓여 고된 하루 채비할 제
장지문 문풍지 소리 가슴 속에 울던 바람
어머니 무릎 베고 잠들었던 별 뜬 밤에
꺼질까 날아갈까 잠결에도 품은 사랑
그 옷깃 따스한 음성 갈바람에 비껴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