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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봉산 2

by 은하수

배봉산 2



휴일 아침마다

산은 더 무거워진다.

사람들은

한동안 묵혀 뒀던 세상 먼지를

산에 돌에 나무 숲속에

되는대로 털어버린다.


지친 종아리를 가누며

산길을 걷는

늙은 사내의 굽은 등 뒤로

그의 세월이 힘겹게

매달려 있다.


그 사이,

팔뚝을 내저으며 뛰어가는

젊은이 하나

굵은 힘줄에 부딪힌 햇살이

퉁퉁 튕겨 오른다.


아침마다 산은

사람들이 내려놓는 저마다의 무게를

너끈하게 떠안아 준다.

사람들의 울음과 웃음을

너그럽게 허락한다.


산등성이 바위 끝에 앉아

귀기울여 보면

새 소리, 바람 소리에 섞여

사람들이 부려놓고 간

숱한 하소연들이

땅울림처럼 들려온다.


나도 때때로

산에 가서 울고

산에 가서 웃는다. 그때마다

산이 이르는 소리가 듣고 싶어

그 베이스의 목울대 울림에 기대고 싶어

오늘도 산에 오른다.



- 배봉산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전농동, 휘경동에 있는 해발 108미터의 나지막한 산배봉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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