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진세(塵世)를 건너가서 정토(淨土)에 이르듯이
연못에 얹어 놓은 폭 좁은 나무다리
이대로 바람이 되어 산사에 스며들다.
절 마당 오르는 길 무거운 바위 계단
꿰맨 옷 납의(衲衣) 자락 있는 듯 없는 자태
손 모아 굽히는 허리 세속이 아득하다.
심검당(尋劍堂) 마루 아래 고요한 흰 고무신
땅 밟고 사는 것이 어딘들 다를 건가.
석탑을 맴도는 향내 번뇌를 쓰다듬네.
산신각 계곡 아래 흐르는 저녁노을
하루가 평생이고 내일은 또 한 세상
저녁 빛 감도는 산에 원왕생(願往生) 종이 운다.
개심사 - 충남 서산시 운산면에 있는 절
⁕ 진세 : 티끌 같은 세상, 고통을 주는 복잡하고 어수선한 세상
⁕ 정토 : 번뇌의 굴레를 벗어난 아주 깨끗한 세상
⁕ 납의 : 승려가 입는 가사
⁕ 심검당 : 승려들이 좌선하는 곳
⁕ 원왕생 : 극락왕생을 기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