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제대로 먹고 일합시다.
개인적으로 일을 하다 제일 짜증이 나는 순간을 고르자면 밥을 안 주고 일을 시키거나, 밥을 거르고 일을 할 때입니다. “이게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습니까.
얼마 전에 다녔던 식대가 제한이 없는 회사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냈던 저는 몇 달이 되지 않아 조금씩 흔들리는 회사사정에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식비나 복지와 관련된 비용부터 줄여나가기 마련이지요.
아니나 다를까 3달 뒤 정도에 회사가 어려우니 식비 15,000원은 넘기지 마라 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다들 그 정도야 뭐 하며 한 달을 보냈는데, 딱 한 달 뒤 식대가 12,000으로 내려갔습니다.
그것 역시 뭐... 하며 한 달을 보낸 후 10,000으로 내려가 더 군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밥 먹을 때마다 눈치가 보였습니다. 이쯤 되니 직원들이 말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식비는 내려도 좋다 그런데 본인들이 법인 카드로 밥 시켜 먹고 가족끼리 외식하는 건 왜 안 줄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지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좀... 사람인지라 너무 별로 더군요.
이렇듯 사소한 듯하며 민간 한 부분인 밥으로 인해 대단히 짜증 났던 경험이 있어 이야기해봅니다. 두 가지 정도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한 번은 박람회에 참여했을 때입니다.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박람회 참석이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됩니다. 하루 종일 서 있는 건 그러려니 할 수 있겠지만, 말을 쉬지 않고 계속하다 보면 이게 뭐랄까 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랄까요?
그래도 여러 번 박람회에 나가봤던 터라 힘들어도 성과가 있으면 꽤나 보람찼기에 모든 직원들과 파이팅 하며 준비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장님이 집에서 김밥을 무려 ‘직접’ 만들어 오셨던 겁니다. 이게 참... 맛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맛도 참 미묘한 그 김밥을 한가득 만들어 오니 다들 표정이 안 좋았습니다.
아니 그래도 정성스럽게 만든 거 아니냐 너무한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거 같지만, 원하지 않는 무언가를 받았을 때 참 난감하지 않습니까?
더욱이 지난 박람회 때 밥값이 너무 나왔다 계속 구시렁구시렁 말씀하셨던 다들 알았기에 직원들이 좀 더 짜증이 났던 거겠죠.
그리고 이보다 한층 더 별로였던 사건은 회사에서 큰마음먹고 투자를 해 건물을 매입하고 이사를 하던 때입니다.
아무래도 공사 때 까진 시간이 조금 떠서 미리 업무를 다쳐내며 바쁜 2주를 보냈었지요 다들 피곤에 절어있을 때 회사대표가 공사하는 곳으로 직원을 다 보냈습니다.
아직 한창 공사 중이었고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는데 대표는 직원들에게 청소를 하라며 빗자루를 쥐어주더군요, 그런데 웃긴 건 공사하는 인부와 현장 팀장님이 “뭐 하시냐고 지금 청소해도 아무 의미 없으니 그냥 가시라고 하면서 저희를 돌려보내는 겁니다.
다들 살짝 짜증이 나 있는 상태에서 밥시간이 되었고 대표가 밥을 사줄 테니 주문해라고 햄버거 먹자고 하는 겁니다. 한 직원이 주문을 하려 하자 “세트 시키지 말고 단품으로 시켜라~!” 하며 자리를 떠났고, 모두들 욕을 하며 굉장히 험악한 분위기가 되었지요.
참 일하면서 밥 먹는 거로 사람 짜증 나게 만드는 이 만큼 별로인 사람이 없구나, 느낀 순간들이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 사장님께 말하고 싶네요, “밥은 제대로 먹고 일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