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에스프레소?
첫인상이 바뀌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선입견은 좀처럼 쉽게 깨지지 않지요.
다시 좋은 경험을 해봐야만 바뀌지만, 정작 그 시도조차 어렵게 만드는 게 바로 선입견의 힘입니다.
저에게 커피의 첫인상은 철저히 물음표였습니다.
어른이 되었다는 기분을 주었을 뿐, 맛 자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엔 설탕이나 시럽을 넣어 마셔보기도 했습니다.
“음, 이거 괜찮은데?” 싶으면, 늘 곧장 이런 말이 돌아왔습니다.
“어디 커피에 시럽을 타먹냐, 촌스럽게.”
그 말에 괜히 주눅이 들어, 억지로 쓰디쓴 커피를 마시거나 아예 다른 음료를 시켜야 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커피는 늘 의문이었지만, 세상은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당연하다는 듯 커피를 마셨고, 시장은 커져 갔습니다.
언젠가부터 커피는 누군가의 취향을 넘어 모두의 습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무렵, 문득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
저는 거금을 들여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커피책도 한 권씩 사 모으며, 스스로의 궁금증을 풀려 애썼습니다.
그 안에는 여러 마음이 공존했습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싶은 가벼운 호기심.
점점 대중화되는 커피에 대한 본질적인 궁금증.
그리고 남에게 말하기 애매한, 아주 사소한 이유들까지.
하지만 학원 수업은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자격증은 땄지만, 커피가 정말 ‘맛있는 음료’인지에 대한 확신은 여전히 서지 않았습니다.
저는 원래 궁금한 게 생기면 책부터 읽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 습관 덕분에, 어느 날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습니다.
제임스 호프만의 『완벽한 에스프레소를 위하여』.
그때의 저로선 절반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단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커피는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고, 작은 변수 하나에도 크게 달라지는 세계구나.”
그 순간, 책 속 문장이 제 마음을 자극했습니다.
‘나도 한번, 책에서 말하는 그 맛을 흉내 내보고 싶다.’
저는 학원 연습실을 예약했습니다.
시험용 원두를 꺼내 들고, 이번만큼은 연습이 아니라 내가 마시고 싶은 커피를 위해 에스프레소를 뽑기로 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저울로 계량하는 문화도 낯설었습니다.
저는 눈으로 보고, 손끝으로 느끼며 양을 재었습니다.
그라인더의 도저를 당길 때 마음속으로 세던 초, 탬핑에 실리는 손의 힘까지 전부 제 감각에 맡겼습니다.
추출 버튼을 누르고, 조심스레 흐르는 커피를 지켜보았습니다.
색깔은 그럴싸했지만, 문제는 맛이었습니다.
잔을 들고,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안은 채 한 모금 삼켰습니다.
“호로록.”
“음?”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늘 쓰기만 했던 에스프레소가, 이번엔 전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대단한 맛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내려 마신 한 잔이 ‘먹을 만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직접 만든 것에 유난히 애착을 느낍니다.
요리, 그림, 글… 완벽하지 않아도 내 손에서 탄생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이 가는 법이지요.
그날의 커피도 저에게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순간은 분명한 전환점이었습니다.
커피가 단순히 쓰디쓴 물음표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초대장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날.
그리고 그때부터 제 삶에서 커피는 더 이상 의문부호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작은 느낌표, 그리고 오래 이어질 문장 속 첫 단어가 되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