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사건 이후, 저는 이전보다 훨씬 맹렬하게 커피에 파고들었습니다.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도무지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뭔가 일하다 보면 새로운 걸 알게 되지 않을까?’
실제로 새로운 걸 배우긴 했습니다.
그러나 그 지식은 지극히 한정적이었고, 무엇보다… 일이 생각보다 훨씬 재미가 없었습니다.
카페 창업을 꿈꾸는 분들이 종종 이런 말을 합니다.
“카페 하면 여유롭게 일할 수 있겠죠?”
그럴 때마다 저는 웃으며 대답합니다.
“아닙니다. 카페는 사부작사부작,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바쁜 업종입니다.”
매장 일은 정말 그랬습니다.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고, 청소하고, 음료를 만들고.
그중에서도 음료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청소였습니다.
어느 날 한 형이 농담처럼 말했습니다.
“우린 바리스타가 아니라 빨래스타네.”
그 말이 우스우면서도, 하루 종일 바닥을 닦고 테이블을 닦고 bar를 깔끔하게 정리하던 제 현실을 찔렀습니다.
커피가 궁금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때의 전 이런 걸 원하던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물론 지금 돌아보면, 당시 제 생각은 아주 얄팍했고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제 목적은 ‘바리스타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저는 단지 커피를 더 깊이 알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바리스타 학원에서 함께 일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학원이라면 매장과는 확실히 다르지 않을까?”
그 기대감에 저는 주저 없이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근무조건은 솔직히 끔찍했습니다.
3개월 수습, 한 달 30만 원. 하루 12시간 근무에 고작 3시간 휴식.
누가 들어도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전 그 자리에서 바로 하겠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조금 위안을 삼자면 실제로는 첫 달만 80만 원 정도를 받고, 이후에는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시간을 하루 종일 매여 있어야 했는데...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 목표는 오직 하나, 커피를 더 깊이 알고 싶다였으니까요.
그리고 학원은 확실히 매장과는 달랐습니다.
매일 아침 대표님은 저에게 말했습니다.
“커피 한잔 내려봐라.”
마치 매일 시험을 치르는 듯한 기분이었지만, 그 긴장감이 저를 오히려 설레게 했습니다.
제가 진짜 원하던 환경은 이런 곳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저는 또 한 번 결정적인 순간을 만났습니다.
“아, 커피가 진짜 맛있을 수 있구나.”
이 사건은 뒤에 좀 더 상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날 이후 제 안에 있던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월급의 상당 부분을 원두를 사 마시고, 카페를 찾아다니는 데 썼습니다.
‘이 커피는 어떤 점이 다를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 잔, 한 잔을 마셨습니다.
지역 내 유명한 카페는 물론, 다른 도시에 갈 일이 있으면 꼭 그곳의 유명 카페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확실히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물론 모든 맛이 다 똑같았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제 머릿속에는 끊임없는 질문이 맴돌았습니다.
‘이게 정말 맛있는 건가?’
‘나는 지금 제대로 느끼고 있는 게 맞을까?’
커피를 마시면 마실수록 의문은 더 깊어졌습니다.
궁금증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물음표가 생겨났습니다.
분명 그날의 경험으로 갈피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미로 속에 들어온 기분
그래서 저는 결국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커피의 본질에 대한 물음, 그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한번, 스스로의 궁금증을 풀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단순한 확신을 찾기 위한 여정이 될 거라 믿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