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 이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무언가 벽에 부딪힌 저는 골똘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분명 먹을 만하기도 하고, 신기한 향이 나는 커피도 있지만… 이상하리만큼 맛있다!라고 느낀 적은 없단 말이지.’
정말 답답했습니다.
왜 맛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걸까. 내가 아직 맛있는 걸 못 마셔본 걸까? 아니면 단순히 구분을 못하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저는 우선 첫 번째 목표를 정했습니다.
일단 맛없는 것부터 구분하자.
나름대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기준을 잡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맛없는 것에 대한 기준을 누구한테 배우는가’ 하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과 피드백을 주고받기로 했습니다. 개개인이 느끼는 판단은 다를 수 있으니, 그 자료를 모으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쓴맛과 탄 맛이었습니다. 숯을 긁어낸 듯한, 그을린 종이 냄새가 입안을 지배할 때 사람들은 대체로 맛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 로스팅 과정에서 열을 과도하게 받아 원두가 타버린 탓이었고, 투입 온도가 지나치게 높을 때 쉽게 생기는 문제였습니다.
또 하나는 산미가 지나치게 날카로울 때입니다. 원래 과일 같은 산미는 커피의 매력이지만, 그것이 조화를 잃고 입안을 찌르기만 하면 불쾌하게 다가왔습니다. 속이 덜 익었거나, 덜 익은 체리를 사용했거나, 가공 과정의 문제 혹은 보관 중 수분 관리 실패가 원인일 때가 많았습니다.
당시 회사에서 수입했던 인도네시아 커피가 그랬습니다. 전해에는 기가 막히게 뛰어난 맛을 보여줬는데, 다음 해에 다시 들여오니 도저히 마시기 힘든 불쾌한 산미만 남더군요. 그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아, 커피는 정말 농산물이구나.’
떫은맛도 흔한 불호 요소였습니다. 입안이 깔깔하고 목이 마르는 듯한 느낌, 마치 떫은 감을 베어 문 듯한 여운이 남을 때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는 열이 고르지 않게 전달되거나, 추출 과정에서 과잉 추출이 일어날 때 종종 생기는 맛이었습니다.
또한 곰팡이 냄새나 묵은 곡물 냄새가 나는 커피도 있었습니다. 젖은 지하실 같은 향, 오래된 쌀독을 열었을 때 나는 냄새는 대부분 보관 불량이나 가공 중의 오염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맛있다기보다 피해야 할 쪽에 가까운 커피였지요.
반대로 특징이 전혀 없는 밍밍한 맛도 문제였습니다. 향도 약하고, 맛도 심심해서 물을 마신 건지 커피를 마신 건지 모를 정도라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엔 추출 비율 문제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로스팅 단계에서 실패했을 가능성이 더 컸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물지만 인공적이고 화학적인 맛을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플라스틱 냄새, 약품 같은 향, 병원 소독약 같은 뒷맛이 스쳐 지나가곤 했습니다. 포장재 문제나 청결하지 못한 도구, 혹은 가공 과정에서 남은 잔류물 때문이었죠. 요즘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말입니다.
이렇듯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니 점점 기준이 확실해졌습니다. 덕분에 직장 안에서 커피 맛에 문제가 생길 때는 꽤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줄 만큼 자신감도 붙었습니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여전히 부족할 때였지만요.
그럼에도, 이런 경험들이 쌓이며 분명해졌습니다.
이제 나는 ‘맛있는 커피’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