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이야기들은, 제가 커피라는 세계에 처음 호기심을 품게 된 순간들이었습니다.
도대체 이 작은 한 잔 속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이토록 사로잡을까 그 질문이 시작이었죠.
결국 여러 과정을 거쳐, 수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잊히지 않는 한 잔의 커피를 만나게 됩니다.
오늘은 그 과정 전체를 말하기에 앞서, 잠시 순서를 바꾸어 제가 아직도 ‘최고의 커피’라고 생각하는 순간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커피에서 강렬한 과일 향이 난다고 하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그렇게까지 과장을 하나?”
“뭐, 아주 살짝 향이 느껴질 순 있겠지만… 진짜 과일 같다고?”
저 역시 그랬습니다. 수많은 커피를 마셔봤지만, ‘정말 과일을 한입 베어 문 듯한’ 생생한 맛은 느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건 늘 글 속에서만 존재하는 표현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정도 커피는 세상에 정말 있을까?’ 하는 회의가 제 안에 자리하고 있었죠.
그런 제 생각을 완전히 뒤집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서울카페쇼에서 월드 브루잉 챔피언의 세미나가 열린다는 공지를 보았을 때였습니다.
그동안 국내 챔피언들의 세미나를 몇 번 들으며 감탄하긴 했지만, 그날은 유독 한 문장에 눈이 멈췄습니다.
“당시 대회에 사용된 원두를 직접 맛볼 수 있습니다.”
그 한 줄이 저를 움직였죠.
망설임 따위는 없었습니다.
‘이건 무조건 가야 해.’
신청 버튼을 누르는 손끝이 이상하게 설렜습니다.
세미나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괜히 월드 챔피언이 아니구나.’
그의 설명에는 군더더기가 없었고, 매 순간 ‘왜’에 대한 답이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대회 당시 사용했던 커피가 테이블 위에 올랐습니다.
첫 모금.
그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망고. 골든키위. 파인애플.
그 세 단어가 머릿속에 동시에 떠올랐습니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그 맛’이 났습니다.
혀끝에서 시작된 과일의 산미가 부드럽게 퍼지고, 단맛이 입안을 감싸며, 향이 코 뒤로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한 모금에 담긴 세계는 지금까지 제가 알던 커피의 경계를 완전히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커피는 제게 단순한 음료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왜 그런 맛이 날까?’
‘무엇이 그 한 잔을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그 질문들이 제 안에서 계속 자라났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글에서는,
제가 어떻게 그 경이로운 맛의 세계에 조금씩 다가가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하나씩 풀어가 보려 합니다.
오늘 이 글은 그 시작점입니다.
가장 놀라웠던 한 잔을 기억해내며, 그 뒤에 이어질 이야기들의 문을 천천히 열어두는 글이죠.
그리고 언젠가, 여러분도 그런 경이로운 커피를 만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