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깔끔하다는 건

by 히히

‘깔끔하다’는 건, 커피의 맛을 평가할 때 정말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말 한마디 속에는 로스팅이 적절했고, 추출도 알맞게 이루어졌다는 힌트가 숨어 있기 때문이죠.


물론 좀 더 깊이 들어가면, 깔끔하다고 무조건 좋은 커피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 글에 이어 따로 정리해서 말씀드릴게요.


이번 글은 제가 수업 중에 자주 받았던 질문 하나를 중심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물어보시곤 하죠.


“어떤 게 맛있는 커피인가요?”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답변드립니다.


“우선, 맛없는 커피부터 거르고 드시는 게 더 빠르고 편하실 겁니다.”


맛있는 커피는 종류도, 스타일도, 취향도 다양하지만 맛없는 커피는 대부분 쓰거나, 떫거나, 지나치게 신맛이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그 기준은 더 단순하고 명확하거든요.


이런 ‘맛없는 커피’를 거르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뒷맛이 깔끔한지 아닌지를 체크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수강생분들도 한결 편하게 접근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수업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무렵, 날카로운 질문 하나가 나옵니다.


“그럼, 향미가 굉장히 매력적인데도 뒷맛이 깔끔하지 않은 커피는 어떻게 봐야 하나요?”


오호... 이런 답변 내리기 애매모호한 질문 정말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기 두 가지의 커피가 있습니다.


1번 커피는 단맛도 있고, 향도 잘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마시고 나면 입안에 뭔가 찌꺼기처럼 남는 듯한, 지저분한 뒷맛이 따라옵니다.


이건 보통 로스팅 중 후반에 열을 살짝 과하게 줬을 때 나타나는 맛이죠.


2번 커피는 향미나 단맛은 특별할 게 없지만, 마시고 나면 입안이 아주 깔끔합니다.


이 경우는 로스팅을 너무 길게 끌거나, 열을 충분히 주지 못했을 때 생기는 맛입니다.


즉,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로스팅의 결과물이라 볼 수 있죠.


제가 만약 카페를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솔직히 둘 다 판매하고 싶지 않습니다.


둘 다 탈락입니다. 탈락.


하지만 꼭 하나를 고르라면?


저는 2번 커피를 고르겠습니다.


아무리 향이 좋고, 단맛이 살아 있어도 마신 뒤에 남는 뒷맛이 거슬리면 저는 너무너무 짜증이 납니다.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저는 입안에 남는 여운, 즉 깔끔함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극단적인 예시를 든 이유는 논쟁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다만 그만큼 뒷맛의 텁텁함과 쓴맛은 커피를 고를 때 반드시 걸러야 할 중요한 기준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을 뿐이랄까요.


“깔끔하면 괜찮은 커피일 확률이 높다.”


이런 심플한 결론 덕분에, 요즘 카페들에서는 깔끔함에만 집중한 커피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니맛도 내 맛도 아닌, 커피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죠.


그저 “깔끔하니까 괜찮은 거겠지”라는 기준만 남기고, 저희 커피는 티와 같습니다. 다른 커피와 달리 깔끔합니다.라고 하지만...


하... 사실 이건 말장난입니다. 글로만 표현하니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좀 더 명확히 말씀드리면.


커피가 아무 맛이 안 난다면 그것은 로스팅이 잘못된 것이라 명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에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글에 이어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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