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이 나는 커피가 있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의아해하실 겁니다.
"커피가 단맛이 나요? 설탕을 넣지 않고도요?"
그 반응, 너무도 이해됩니다.
저 역시 처음 커피 일을 시작했을 땐 그랬으니까요.
정확히 말하자면, 일을 시작하고 2년 정도가 지나서야 그 말의 의미를 조금씩 체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의 저는, ‘아메리카노에 시럽 없이 마시는 정도면 꽤 괜찮은 수준이지 않나’라고 생각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아마 대부분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쓴맛을 참는 것도 어른스러움의 상징처럼 여겼고, 시럽 없이 마셨다는 사실에 나름 뿌듯해하기도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날은 평범한 날이었습니다.
일하던 회사에서 선배 한 분이 조용히 다가오더니 말했습니다.
“야, 좋은 에티오피아 커피가 하나 들어왔는데 같이 마셔볼래?”
그 말에 저는 별다른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은 커피? 에티오피아?'
틈틈이 커피공부를 하고 있던 저에게 새로운 커피를 마시는 경험은 언제나 땡큐였기에 그저 좋은 거라니까 ‘아, 오늘 커피 운 좋은가 보다’ 하는 정도의 기대감이었죠.
선배는 커피를 분쇄하고, 머신에 세팅하고, 추출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릴 때 향을 잘 맡아봐.”
"향이요?"
처음 듣는 디테일한 지시에 어리둥절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이고 가까이 다가섰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난생처음 맡아본 커피 향에서 저는 멈춰 섰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묵직하면서도 고운 단내.
녹진한 아카시아 꿀 같은, 그 달콤함 속에서 풍부한 향 올라왔습니다.
‘이게… 커피에서 나는 향이라고?’
진심으로 놀랐습니다.
진짜로요.
지금껏 알던 커피 냄새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마셔본 그 에스프레소의 맛은 향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어우 셔!"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향 하나만으로도 저는 새로운 커피 세계의 문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역시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거 같아...’
계속 일을 하면서 품었던 궁금증 도대체 이 놈의 커피는 왜 이리도 사람들이 많이 먹냐는, 그리고 이게 뭐길래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마시고 사업의 규모는 날로 커져만 가는지에 대한 의문이 조금을 풀릴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 그 가설은 하나의 확신으로 바뀝니다.
출장을 다녀온 대표님께서 저에게 작은 봉투를 하나 건넸습니다.
“한번 내려봐.”
아무렇지 않게 던지듯 말하는 대표님과 달리, 저는 그날 왠지 모를 예감이 있었습니다.
필터를 꺼내고, 그 원두를 분쇄하는 순간부터 단향이 올라왔습니다.
'오, 또 온다. 그 느낌.'
향은 분명히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향만 좋은 게 아니었습니다.
커피를 다 내리고, 대표님과 나란히 잔을 들고 호로록 첫 모금을 마셨을 때.
저는 그대로 눈이 동그라진 채로 고개를 들었습니다.
‘……달다.’
분명히 설탕 한 톨도 넣지 않았는데.
이건 뭐랄까, 입안에 오래 남는 점도 있는 단맛.
묵직하진 않지만, 은근히 혀 끝에 감기는 단 맛.
황금빛 같은 단맛이라면 너무 오버스러운 것일까요.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전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대표님… 이거 무슨 커피예요?”
저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습니다.
대표님은 시큰둥하게 대답하셨죠.
“케냐. oo대표 개업식 갔다가 받아왔는데. 뭐, 생두가 좋아서 그렇지.”
그 말투에는 분명 약간의 질투 같은 게 섞여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 확신했습니다.
아, 세상엔 내가 몰랐던 커피가 정말 많구나.
그리고 그 커피들에는 ‘단맛’이 숨어 있구나.
그날 이후, 제 커피 여정은 달라졌습니다.
‘쓴맛’이 전부였던 커피에서, 향과 단맛을 찾기 시작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