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했습니다.
국내에서 수많은 커피를 마셔왔지만, 제 마음을 단번에 흔드는 맛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다소 엉뚱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외국에 가서 커피를 마셔보자.’
돌이켜보면, 그만큼 알고 싶다는 마음이 절실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후쿠오카에서의 경험은 제게 분명한 성장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마셨던 커피와 카페의 공기, 그리고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은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제 안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며 구글지도를 열었을 때, 화면 위에 하나둘 찍히는 점들이 보물처럼 반짝였습니다.
‘과연 3박 4일 동안 이 모든 곳을 다 갈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빼곡히 표시를 해두었지요.
물론 몇몇 가게는 휴무이거나 다른 이유로 발길을 돌려야 했지만, 이후 여러 차례 다시 후쿠오카를 찾으면서 결국 하나하나 채워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 짧은 여행 동안 저는 몸으로 배웠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란 이런 것이구나.’
당시의 저는 로스팅 경험도 없었고, 좋은 커피를 접한 횟수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단 3박 4일 동안 20잔이 넘는 커피를 마시며 제 안에서 저절로 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아, 내가 원하던 커피는 바로 이런 거였구나.’
그 무렵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는 종종 지나치게 날카롭고 공격적인 산미에 치우쳐 있었습니다. 이름 있는 가게들조차 예외는 아니었으니, 많은 이들이 ‘스페셜티=시큼한 커피’라고 오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만난 커피는 전혀 달랐습니다.
첫 모금을 머금는 순간, 혀끝을 살짝 건드리던 산미가 곧장 부드럽게 풀리며 목으로 스르르 흘러내렸습니다. 잘 익은 감귤을 베어 물었을 때처럼 상큼했지만 결코 날카롭지 않았습니다.
어떤 커피는 따뜻한 차처럼 은은한 꽃향기를 품고 있었고, 또 다른 커피는 입안 가득 과일의 단맛을 남기며 길게 여운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가격대가 높은 몇몇 원두로 내린 커피는 지금도 제 기억에 또렷합니다. 부드러운 질감, 복합적인 향, 그리고 컵을 비운 뒤에도 코끝을 맴돌던 잔향은 제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여행에서 특히 잊히지 않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처음 맛본 C.O.E 커피와 게이샤 커피였습니다.
C.O.E 커피는 당시 브라질에서 2위를 차지한 원두였습니다. 그전까지 늘 들어왔던 말이 있었지요.
“브라질 커피는 다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단 한 잔이 그 편견을 무너뜨렸습니다.
첫 모금에서 터져 나온 건 믿기 어려울 만큼 풍부한 단맛이었고, 뒤이어 따라온 건 잘 익은 베리류의 화사한 향이었습니다. 혀끝에서 목 깊숙이 이어지는 복합적인 여운은 ‘이게 정말 브라질 커피가 맞단 말인가?’라는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만약 누군가 산지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누구도 브라질 커피라고 믿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도 그 충격적인 단맛과 향은 제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다른 가게에서 마신 건 게이샤 커피였습니다.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마셔왔던 게이샤 커피는 사실 진짜가 아니었다는 것을.
워시드 프로세스로 내려진 그 커피는, 홍차 한 잔을 마시는 듯 상큼하고 맑은 향으로 시작했습니다. 이어 은은한 단맛과 매끄러운 질감이 부드럽게 이어지며 마무리되었지요. 컵을 내려놓고도 한참 동안 코끝과 혀끝에 맴도는 그 향은, 제가 알고 있던 ‘게이샤’라는 이름을 완전히 새로 쓰게 만들었습니다.
그 모든 경험은 결국 제 안에 새로운 목표를 심어주었습니다.
‘아... 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