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 '브러쉬 업 라이프'
최근에 일본 드라마 [브러쉬 업 라이프]를 봤다. 젊은 나이에 죽은 주인공이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 다시 자신의 삶을 살며 덕을 쌓으려고 애쓰는 내용이었다. 찜찜하게 남은 몇 개의 매듭이 있긴 했지만 나름 재미있게 봤다. 그러다 문뜩 의문이 들었다. 이 드라마에서 말한 덕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덕이라는 것은 타인을 도와주고 은혜를 베푸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내가 열심히 만든 조각상을 친구에게 선물로 주었고 그것이 누군가를 죽이는 살인도구가 되었다면 그건 덕을 쌓은 것일까? 내가 아무렇지 않게 버린 쓰레기가 교통사고를 유발해 연쇄살인범을 죽게 했다면 이건 덕을 쌓았다고 할 수 있을까? 친구가 사용했던 컵을 가져와 씻어주었는데 아직 쓰고 있던 것이었다면, 동생이 라면을 먹고 치우지 않아서 내가 치워주었는데 밥을 말아먹기 위해 남긴 것이었다면, 잘 되라고 말한 조언이 상대방의 기분을 크게 상하게 했다면, 이때의 덕의 산수는 어떻게 적용되어야 할까?
물론 이런 예시는 너무 극단적이고 내 망상에 불과하다. 사실 이런 거 하나하나 신경 쓰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저 덕이라는 것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덕을 쌓으는 건 중요한가? 덕을 쌓기 위해 인생의 재미는 포기해야 할까?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해 나의 인생 하나를 인류를 위해 쓰는 게 좋을까?
당연하게도 나는 정답을 모른다. 이런 일을 해서 덕이 쌓였고, 저런 일을 해서 덕이 빠졌다는 생각은 무의미하다. 그런 식이면 머리가 복잡해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그런 고민을 하며 [브러쉬 업 라이프]를 끝까지 봤다. 결국 주인공이 행복한 해피엔딩. 그리고 나도 나름의 정리를 마쳤다.
이 드라마는 덕을 쌓아야 한다!라는 느낌으로 이야기가 시작됐지만, 이야기의 끝은 그렇지 않았다. 덕을 쌓아서 되고 싶은 생물로 태어나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결국 지금 주어진 인생에서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 이게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했다.
이야기 초반의 주인공은 덕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움직였다면, 후반의 주인공은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그저 그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행동한다. 결국 삶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얼마나 착하게 살았는지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신과 남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후회하지 않는 최선의 삶을 살려고 애쓰는 게 아닐까. 그렇게 지금의 인생을 보내다 보면 인생 2회차도 그리 부럽지 않을 거 같다. 결국 똑같은 삶을 살려고 하는 이유도 1회차의 인생에 후회가 남기 때문일 테니까. 그러니 나도 지금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2회차와 다른 생물로의 환생이라는 두 가지 문이 있을 때 환생이라는 문을 고를 수 있도록. [브러쉬 업 라이프] 속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다시 살 때마다 직업을 바꾸듯이. 인간으로서의 삶이 만족스러워 다른 생물의 삶이 궁금하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환생의 문너머가 개미핥기, 고등어, 성게, 인간, 비둘기라고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