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2)

by 고캣

이 숲은 이상할 정도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했다. 그래서 지금이 겨울인지 여름인지도 구분하지 못했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서늘하며, 비나 눈도 내리지 않았다. 달라지는 것은 낮과 밤뿐이었다. 아저씨들은 이곳이 커다란 비닐하우스 같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런 곳이 정말 있을 리가. 하지만 지금의 내가 믿을 건 아저씨들의 말밖에 없었다.


아저씨와 나는 익숙한 듯 어제와 같은 장소로 향했다. 이곳의 나무는 계속 자라났다. 한 달 전에 베어낸 나무든, 일주일 전에 뽑아낸 나무든, 어제 장작으로 만들어 버린 나무든, 하룻밤만 지나면 같은 크기의 나무로 자라 있었다. 처음 그 광경을 목격했을 때는 소름이 돋았다. 분명 산산조각을 내었을 텐데. 하지만 그것 또한 반복되고 익숙해지니 이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원래 나무는 베어지고 자라나라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당연한 사실인 것처럼. 다시 어제와 같은 소리가 숲 속을 가득 채웠다.


이렇게 기이한 곳을 발견한 회사는 전 세계의 장작을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은 나무가 무한으로 사라지고 자라나는 곳이니 회사는 장작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당연히 회사는 돈을 엄청나게 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 같은 신입에게도 이런 고급 장비를 제공해 주는 것일 테니.

하지만 이곳의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숲에만 들어오면 이상하게도 기계가 작동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전기톱을 쓰려고 했지만 작동하지 않았고, 장작을 옮길 트럭도 갑자기 멈춰버리곤 했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기계의 작동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회사는 오로지 사람이 힘으로만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회사는 단순하게 일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집했다. 그래서 이곳의 사람들은 각자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사업이 망했거나,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았거나, 도망치듯이 집을 나온 사람도 있었다. 이곳에 있는 모두의 공통점이 있다면 이제 연락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부터 창고 앞 우체통이 보여주기 식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곳에 한 달밖에 없었지만 편지를 넣는 사람도 없었고, 우체부 아저씨를 본 기억도 없다. 확실히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막상 아저씨들과 지내다 보면 특별히 문제가 있어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다 좋은 사람들뿐이었다. 그럼에도 우체통에 편지가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그건 내가 한 달 동안 매일 확인해 봐서 알고 있다.


며칠 전, 그날도 열심히 나무를 나르고 있다가 특이한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이곳을 발견한 회사 사장의 이야 기였다. 사장은 숲에서 아들을 잃어버려서 아들을 찾다가 이곳을 발견했다. 아들은 사라진 지 네 시간 만에 이곳에서 발견되었다. 사장의 아들은 치아 몇 개와 손톱 전부가 빠져서 입과 손이 피투성이인채로 발견되었다. 그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반복할 뿐이라고 했다. 그 사건이 발생하고 며칠 후에 사장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주변의 나무가 특이하다는 것을 느꼈고, 지금의 회사를 만들어 냈다. 아들이 실종된 곳에 회사를 세우다니, 사장은 분명 돈을 밝히는 변태일 것이다.


우리는 평소보다 안쪽으로 들어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곳은 허가 지역의 가장자리였다. 그래서 경계를 나누는 끈 같은 것이 허술하게 쳐져 있었다.

“여기까지가 회사 땅이에요?”

“아니, 저 안쪽도 회사 거야.”

“근데 왜 이렇게 막아놨어요?”

“저 안쪽까지 들어갔다가 실종된 사람이 몇 있어. 그래서 막아 놓은 거야.”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확실히 아저씨들은 모르는 것이 없었다. 안쪽을 바라보니 그리 복잡해 보이지 않았다. 길을 잃은 사람은 타고난 길치였을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 내가 멍하니 끈 너머를 바라보고 있으니 아저씨가 말했다.

“뭐 하냐, 일하자.”

나는 작업을 하는 도중에도 가끔씩 끈 너머를 힐끔 바라봤다.


작업을 마치고 나무를 실은 지게를 맨 채로 숙소로 돌아왔다. 유니폼을 세숫대야에 던져놓고 샤워를 했다. 식당에 가서 오늘도 빵과 수프로 배를 채웠다. 아저씨들과 신나게 떠들고선 내 자리로 돌아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아까 본 끈 너머의 숲 속이 눈에 아른거렸다. 무언가가 있겠지, 분명. 막아놓은 이유가 실종이라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실종이 많이 일어났다면 경계를 그을 것이 아니라 이 숲 자체를 막아놨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실종이 일어나도 돈은 벌어야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들이 실종되었다는 것도 그저 우연을 가장하여 무언가를 숨기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머리가 복잡해져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혹시 모를 무언가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도끼도 챙겼다. 그렇게 나는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걷다 보니 경계를 그어놓은 끈까지 오게 되었다. 그 너머는 어두워 보였다. 하지만 내가 서 있는 곳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냥 끈을 살짝 들어 몸을 넣어 보이지 않는 선을 넘었다. 혹시 경보가 울릴까 순간적으로 겁을 먹었지만, 다시 끈 너머를 바라봤을 때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아저씨가 너무 겁준 것이라고 생각하며 더 깊게 들어갔다. 그러다 갑자기 사장 아들의 말이 떠올랐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하지만 발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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