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평생 도끼를 만지는 일조차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야, 좀 더 요령 있게. 허리를 써야지. 힘으로만 해서는 안 돼.”
아저씨는 나의 자세를 보며 계속 잔소리했다. 나는 도끼를 고쳐 잡고 다시 나무를 패기 시작했다. 나무 장작을 만드는 일은 간단했다. 적당한 나무를 하나 정하고 도끼로 나무의 아랫부분을 강하게 찍다 보면 조금씩 나무가 기울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기울면 나무는 스스로 넘어진다. 나무가 땅으로 박히자 숲에 쿵 하는 소리가 울린다. 그 소리에 놀란 정체 모를 새들이 이곳에서 멀어지기 위해 날갯짓을 한다. 다음으로 누워있는 커다란 나무를 더 작게 만든다. 방금까지 당당하게 서 있던 커다란 나무는 정육점에 있는 고기들처럼 분해되어 바닥에 가지런히 정리된다. 그렇게 커다랬던 나무는 잘리고 분해되고 나뉘어 한 손으로 들 정도의 작은 장작이 된다.
그렇게 쌓인 장작을 지게에 싣고 창고로 향했다. 아저씨는 무거운 장작을 옮기면서도 나에게 도끼질 요령을 알려주느라 정신이 없다. 처음에는 집중해서 들었지만 이제는 같은 말의 반복이었다. 아저씨는 자신의 말에 심취해 내가 듣고 있는지는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귀를 닫고 다른 생각을 했다. 아직 다 보지 못한 만화책, 저번달에 사놓고 시작도 하지 못한 신작 게임, 집 앞에 있는 분식집. 이제는 다시 만나지 못할 것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이 숲 속에 들어온 이유는 단순하게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돈을 벌 수 있고 숙식이 가능한 곳을 원했다. 그렇다고 이렇게나 깊은 숲 속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이곳은 시급이나 월급이 정해진 것이 아닌 오롯이 성과제. 단순하게 말해 나무를 많이 죽일수록 돈을 많이 받는 구조다. 그래서 숲 속 사람들의 몸은 우락부락했다. 매일 반복하는 도끼질 덕분에 자연스럽게 몸에 근육이 붙은 것이다. 근육이 클수록 그만큼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내 몸은 얇다. 이곳에 있으면 웬만한 성인 남자도 자신의 빈약한 몸을 보며 슬퍼할 것이다. 이제 숲 속에 들어온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나는 얼마나 지나야 저런 몸이 되는지 상상해 보곤 했다.
몇 달 전의 나는 밤이 와도 어둡지 않은 도시의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었다. 도시의 나는 저녁이 되면 침대에 누워 과자와 음료수를 마시며 영화를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하나 들어오지 않는 숲 속 오두막에서 땀내 나는 근육질의 아저씨들과 부대끼면서 지내고 있다. 아저씨들의 코골이를 참지 못해 밤중에 방을 나올 때면 도시의 집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날의 일을 떠올리면 코끝이 찡해져 차라리 코골이 소리로 가득한 방으로 돌아가는 것이 나았다.
아침 식사로 간단하게 먹을 수프와 빵이 나왔다. 아마 점심과 저녁도 같을 것이다. 내일도 한 달 뒤에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수프와 빵, 그리고 물뿐이다. 가끔 특식으로 아저씨들이 잡은 닭고기나 계란 같은 것이 나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프와 빵이 제공된다. 다만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기에 배고플 일은 없었다. 나는 오늘도 한 달 동안 먹은 같은 음식을 입에 쑤셔 넣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그런지 맛을 안 느낀 채로 삼킬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두 접시 이상은 먹지 못했다. 배도 부르지만,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게 더 큰 이유였다. 어차피 저녁에도 내일도 한 달 뒤에도 또 먹어야 하니까. 그에 비해 여기에 오래 있었던 아저씨들은 진수성찬을 먹듯이 빵과 수프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내가 그 모습을 보고 있자 아저씨들은 친근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넨다. 처음에는 아저씨들의 천진난만한 인사가 어색했지만, 이제는 나도 자연스럽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받게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밖으로 나와 잠시 쉬었다. 나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갈색 긴팔에 남색 패딩 조끼를 하나 걸쳤고 통이 큰 검은색 바지를 입었다. 등에는 철로 만들어진 지게를 멘 상태이고 오른손에는 빨간색 손잡이에 검은색 날이 달린 고급스러워 보이는 도끼를 들고 있었다. 숲 속 사람들 대부분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유니폼만 입는 단벌 신사였다. 딱히 꾸밀 필요도 없고 공짜 옷을 준다는 데 굳이 돈을 쓸 필요도 없었다. 지게와 도끼는 매우 고급스러워 보였는데, 아저씨들 말로는 유명한 대기업의 최상급 도구라고 했다. 또한 도구를 잃어버리거나 옷이 상해버려도 다음날이 되면 회사에서 다시 제공해 주기 때문에 막 다루어도 괜찮았다. 수상할 정도로 친절한 회사라고 아저씨들도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내가 회사에서 준 도끼를 만지작 거리며 멍하니 앉아있자 아저씨가 내게 말을 걸었다.
“부모님께 연락은 했냐?” 아저씨가 말했다.
“아니요. 휴대폰도 없는데 어떻게 해요.”
“편지 쓰면 되지.” 아저씨는 창고 문 앞에 있는 빨간색 우체통을 가리켰다.
“그렇게까지 연락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냐. 그래도 걱정하고 계실 거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