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되고 싶은 애송이 (4)

by 고캣

소설을 완성하고 신문사로 보내고 나니

조금 허무한 마음이 들었다.

한 달 동안의 노력이 너무 쉽게 끝나버린 기분이 들었기 때문일까.

그렇게 한 달 동안 유지하던 루틴을 깨고 친구들을 만나고 늦게 자기도 하고 운동도 쉬었다.

그렇게 푹 쉬고 다시 루틴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힘들었다.

미리 만들어 놓은 틀이 깨져버리니 다시 만들고 고치는 것이 괴로웠다.

그래도 다시 루틴을 만들고 그 틀을 지키는 것을 반복했다.

그러다 보면 나아질 거라고, 좋은 결과가 올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번아웃이 왔다.


사실 루틴을 지키지 않을 때도 번아웃은 왔다.

너무 많은 것을 지키려다가 오는 번아웃이 나에게는 자주 오는 편이다.

번아웃이 오고 나면 몸에 힘이 없다.

힘이 쫙 빠져서 착즙을 하고 남은 생기 잃은 오렌지 같달까.

누군가는 의지의 문제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내 마음이 지쳐 의지라는 것이 몸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인 셈이니까.

그럼에도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마음도 자신의 일부라는 인지가 부족한 사람이겠지.


올해 1월에 번아웃이 찾아왔고,

설상가상으로 감기 기운도 생겨 한동안 침대에 누워있었다.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는데

그리움과 행복함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침대에 누워 하루를 보냈다.

그때는 그것만이 내 삶이자 낙이었는데, 이제는 조금 달랐다.

여전히 침대에 누워서 지내는 삶이 좋으면서도

이제는 누워서 다음 소설은 무엇을 쓰면 좋을지를 떠올린다.

보통 글이라는 건 종이에 쓰거나 타이핑으로 문서에 입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글은 아무 도구 없이 그저 침대에 누워 머릿속에서도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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