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게

by 고캣


작년부터 나는 새로운 루틴을 찾으려고 애썼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고 시작한 달리기나 글쓰기 루틴이 그런 예시였다. 그래서 그때는 한동안 새벽 5시에 일어나 동네에서 달리기를 했다. 오전에 소설을 쓰거나 블로그에 올릴 글을 썼고, 오후에는 책상에 앉아 책을 읽었다. 이런 루틴은 나에게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새벽에 운동을 하니 하루 종일 몸이 노곤해서 피곤함을 등에 맨 채로 생활해야 했고, 그 영향으로 오후에 책을 읽을 때는 꾸벅거리며 조는 일이 많았다. 그래도 오전에 글을 쓰는 건 좋은 발견이었다. 이 중 꾸준하게 해온 건 오전에 글쓰기 정도였고, 새벽 달리기나 오후 독서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형태로 바꿨다. 나에게 맞는 적절한 형태로. 우선 달리기를 실내 자전거로 바꾸고 시간대를 새벽에서 점심을 먹은 후로 바꿨다. 이렇게 하니 점심을 먹고 나서 오는 식곤증이 없어졌다. 달리기를 실내 자전거로 바꾼 대신 운동시간이 늘었고, 밖에 나가는 것은 가까운 도서관에 산책을 다녀오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래서 요즘은 점심을 먹고 밖에 산책을 다녀온 후에 바로 실내 자전거를 돌린다. 처음에는 나가는 것도,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것도 귀찮았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오후 독서는 틈틈이 독서로 바꿨다. 사실 작정하고 책을 읽으면 빠른 시간 내로 많은 분량을 읽을 수 있겠지만 조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괜히 나를 질책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글을 쓰고 남은 시간이나 밥을 먹기 전이나 할 일이 없는 붕 뜬 시간에 책을 읽는다. 그렇게 틈틈이 읽다 보면 꽤 두꺼운 책도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책을 읽다가 졸려도 루틴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꿋꿋이 읽었는데 이제는 읽다가 졸리면 책을 바로 덮고 다른 일을 한다. 그래서 요즘은 틈틈이 독서를 하려고 하고, 컨디션이 좋을 때만 책상에 앉아 오랜 시간 책을 읽는다.

내가 새벽 달리기와 오후 독서를 하면서 삐걱 된 이유는 나에게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채로 애쓰다 보니 더 힘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나만의 방법으로 나아가는 것은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 하는 루틴도 나에게 완전히 맞다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어느 날은 나가는 것이 너무 싫을 때도 있고, 떠오르는 글감이 없어서 빈 화면을 계속 보고만 있기도 하고, 책을 안 읽는 날도 있으니. 그렇게 꾸역꾸역 해내는 날도 있어서 그런 날은 몽롱한 정신을 한 채로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서 읽은 것을 떠올린다. 매일 같은 루틴을 지키기로 유명한 그도 언제나 같은 루틴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매일 10km 달리기를 목표로 하지만 어느 날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5km만 달리기도 하고 컨디션이 좋은 날은 20km를 달리기도 했다. 그리고 어쩌다 하루 정도 달리기를 못한 날에도 별로 여의치 않고 다음날에 다시 달리기를 한다. 그가 말하길 근육도 기억력이 있어서 2일 동안 달리기를 하지 않으면 다시 시작할 때 몸이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하루 정도는 쉬어도 이틀을 연속으로 달리기를 쉬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야지 근육통을 겪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하루 정도 쉬는 것으로는 별로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결국 꾸준함은 목표를 얼마나 채웠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도' 해냈나 인거 같다.


그동안 나는 꾸준하게 한다는 의미를 잘못 알고 있었다. 꾸준함은 달력 전체를 까맣게 채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정한 루틴을 매일 100% 해내는 것도 꾸준하게 해낸 것이지만 그건 완벽함에 더 가깝다. 꾸준하게 해내는 것은 퍼센트 앞에 붙는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매일 러닝머신 30분 타기라는 목표를 세웠을 때, 완벽함은 30분이라는 숫자에 집중하지만 꾸준함은 매일이라는 것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완벽함은 불안정하다. 30분을 채우지 못한 날은 왠지 기분이 찜찜하고, 그런 날이 쌓이다 보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자신에 대한 불만도 같이 쌓인다. 그렇게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에 집중하는 꾸준함은 20분을 타도 10분을 타도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그 이유는 '오늘도' 러닝머신을 탔기 때문이다. 그렇게 쌓인 수많은 '오늘'이 나를 발전시킨다.


나는 완벽한 한 달보다는 꾸준한 일 년을 보내고 싶다. 완벽하려고 하면 괜히 긴장이 되고 더 못해진다는 걸 나 자신도 알기에 조금 못해도 꾸준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하려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완벽하게 하는 것보단 꾸준하게 해내며 끝까지 살아남고 싶다.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꾸준하게 해왔기 때문에 인정받았을 것이다. 물론 재능도 있었겠지만 꾸준하게 그 재능을 갈고닦았기에 빛을 봤고 인정받고 끝까지 살아남았다. 재능이 없는 평범한 나는 꾸준하게 하더라도 최고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끝까지 살아남고는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작가가 되고 싶은 애송이 (5)